[출판]불평등 주제 세 번째 책, 이철승의 ‘오픈 엑시트’
‘불평등의 세대’ ‘쌀, 재난, 국가’를 통해 한국 사회 불평등의 원인을 386세대의 자원 독점과 쌀농사 체제에서 비롯한 사회문화적 습속에서 찾은 이철승 서강대 교수(사회학)가 ‘미래의 불평등’을 사유하고, 탈주 방안을 제시했다.
‘불평등 3부작’의 마지막 편인 ‘오픈 엑시트’(문학과지성사 펴냄)는 30년 뒤 불평등을 심화하는 세 축으로 인공지능, 저출생/고령화, 이민을 꼽고 ‘엑시트 옵션’(탈출 대안)을 제시한다.
청년들에게 ‘지금, 한국’은 ‘탈출’이 필요한 곳이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안정적 일자리’로 분류되는 대기업은 학벌·스펙 등으로 정규직 사원을 선발한 뒤 연공제를 바탕으로 평생 내부 경쟁을 통해 승진 토너먼트 게임을 시키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명문대 입학했으면 능력 있다고 평생 우려먹는 시스템”이고 한국 입시 시스템은 그곳으로 진입하기 위한 “계급 진입 게임과 다름없다”.
저출생은 필연이다.
쌀농사 문화에서 비롯한 협업, 위계, 장시간 노동 문화가 그대로 기업에 전이된 한국에서 “아이와 커리어는 공존이 아니라 대체 내지는 반비례 관계다”. 아이와 미래 둘 다 유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청년 여성이 노동시장 진출과 커리어 유지를 선택하고 이에 저출생이 따라오는 것은 필연이다.
변화는 기회일까. 인공지능/자동화의 물결은 누구의 일자리를 대체할지 모른다.
자동화는 단순·반복 일자리를, 범용 인공지능은 화이트칼라 사무직·연구직의 일자리를 대체할 위험이 크다.
인공지능은 쌀농사 문화에서 비롯한 동아시아의 연공서열제라는 ‘소셜 케이지’(사회를 유지하는 메커니즘과 제도의 총체)를 해체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인공지능의 도래가 “조직 자원과 자산을 보유한 중장년층과 그렇지 못한 청년층 간의 지식 보유량 역전을 통한 한국형 위계 구조의 위기를 초래할 것”인데 이 역전의 과정에서 조직 자원과 자산을 어떻게 새롭게 배분할지 효율적 재구조화를 위한 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답을 명시하진 않지만, 그것이 기존의 연공제·학벌주의 등을 넘어서는 ‘엑시트 옵션’이 될지 모른다.
저출생에 대한 사회의 엑시트 옵션으로는 ‘보편 안식/육아 휴직 제도’를 사회보험화하는 것을 제시한다.
출생 여부와 무관하게 일에서 빠지는 시간을 동일하게 세팅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비용은 사회보험화하는 것.
저자가 자주 쓰는 단어는 ‘연목구어’다.
‘과연 될까’ 의심 속에서도 이 ‘불평등’에서 ‘엑시트’해야 한다는 저자의 간절함이 일관된 사유와 맞닿아 있다.
376쪽, 1만8천원.
*21이 찜한 새 책
나는 넘어지고, 싸우고, 울었다
사이토 고헤이 지음, 조승미 옮김, 오월의봄 펴냄, 1만7천원
일본 마르크스주의 사상가 사이토 고헤이가 현장에 달려들었다.
그가 달려든 현장은 우버이츠 배달처럼 공유경제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곳이기도 하고, 탈성장 코뮤니즘의 정신이 반영되는 곳이기도 하다.
체험을 통해 저자는 구조와 개인의 연결을 고찰한다.
차별의 나라에서 행복한 사람들
정회옥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1만8천원
‘한 번은 불러보았다’의 저자이자 명지대에서 혐오와 차별의 정치학을 강의하는 정회옥이 한국의 조선족 간병인과 파독 간호사, 한국의 이주노동자와 하와이의 조선인, 형제복지원 원생과 유럽의 집시, 여성혐오와 마녀사냥 등을 통해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거울처럼 반복되는 차별을 검토한다.
어떤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인가
신원철 지음, 원더박스 펴냄, 1만8천원
1997년 김대중 선거대책본부, 2007년 정동영 선거대책본부, 2022년 윤석열 선거대책본부에서 활동하며 한국 거대 정당의 특성과 정치인 리더십을 이해하게 된 저자 신원철이 쓴 대통령 리더십 책. 이승만부터 윤석열까지 역대 대통령을 분석하고 대통령이 가져야 할 정치적 자질과 리더십을 제안한다.
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김수민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만6800원
육아는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일이었다.
‘본래의 나’와 ‘엄마인 나’, 두 가지 정체성을 끌어안은 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꾸역꾸역 해내야 하는 ‘엄마’라는 직업은 깊은 외로움을 안겼다.
제도와 관습 안에서 이어지는 사랑에 행복을 느끼면서도, 로스쿨 진학 등 ‘나’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저자의 모습을 담아냈다.
이 ‘불평등’에서 ‘엑시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