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링크는 월드와이드웹의 본질이다.
1960년대 테드 넬슨에 의해 하이퍼텍스트라는 개념이 창안될 때부터 링크는 중요한 상호작용의 매개였다.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돼 있어서, 종이로는 편리하게 제시하거나 표현할 수 없는” 정보의 집합체인 하이퍼텍스트는 하이퍼링크라는 기술을 바탕으로 팀 버너스리에 의해 현실로 구현됐다.
문서를 챕터에 따라 순서대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링크에 의해 생각의 흐름에 따라 읽어가는 새로운 정보 순환 구조, 월드와이드웹이 완성된 것이다.
월드와이드웹에서 링크들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밝힌 이는 라즐로 바라바시였다.
그 유명한 저서 <링크>에서 그는 스케일 프리 네트워크로 명명된 ‘연결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수학적으로 설명해냈다.
대부분의 노드는 연결이 적지만, 소수의 노드는 매우 많은 연결을 갖는 특질을 밝혀냄으로써 ‘인터뷰 링크 경제’의 속성을 세상에 드러낸 것이다.
이후 월드와이드웹은 이러한 특성에 따라 성장했고, 페이지랭크라는 검색의 핵심 기술이 탄생하기에 이른다.
인터넷 생태계를 태동시킨 링크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링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정보 연결의 매개로서 링크의 역할이 축소된다는 의미다.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인류는 테드 넬슨의 제안대로 링크를 따라 이리저리 점프하며 지식과 정보를 소비했다.
우연한 발견으로 지식을 확장할 수도 있었다.
검색어를 치면 나타나는 수십개의 링크를 클릭하면서 인류는 지식을 스스로 재구성해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링크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디지털 산업을 구축한 건 구글이었다.
그런 구글이 이 링크의 구조를 인터넷 공간에서 뒤로 밀어내고 있다.
링크를 클릭하지 않고도 필요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어서다.
그들은 ‘인간이 처리할 수 없는 양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즉 수백 수천개의 링크를 기계가 단숨에 클릭하고, 그 링크에 포함된 지식과 정보를 AI가 대신 종합해주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AI 모드라는 이름으로 이 구상은 제품이 됐다.
AI 모드를 활용하면 수백건 이상의 링크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A4 용지 수장 분량의 지식 정보를 한 번에 받아올 수가 있다.
링크의 역할이 축소되면 지식과 정보의 우연한 발견은 더 이상 불가능해진다.
능동적인 탐색을 통해 지식을 적극적으로 섭취했던 습관은 차츰 소멸된다.
지식의 재구성 주체는 인간에서 기계로 넘어가게 된다.
당연히 링크의 연결로 구성되는 집단지성은 설자리가 좁아진다.
지성을 링크로 연결해야 한다는 핵심 동인 자체가 약화돼서다.
인류는 곧 AI가 합성한 지식 정보를 최우선으로 소비해야 하는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스스로 지식을 재구성할 수 있는 역량과 선택권도 사라지게 된다.
클릭 시간을 줄여주는 이익과 능동적 지식 탐색의 기회를 맞바꿔야만 한다.
집단지성의 자리는 합성 지성이 대신할 날이 임박했다.
링크가 선사해준 인류의 새로운 본능은 이렇게 황혼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링크 시대의 황혼과 합성 지성[IT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