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10년 만에 감격의 우승…이젠 북중미 월드컵에 올인
손흥민이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한 뒤 태극기를 허리에 두른 채 포효하고 있다.
로이터 손흥민(33·토트넘)은 엄청 울었다.
토트넘에 입단한 뒤 10년 만에 처음 만져본 우승 트로피. 앞서 독일에서 활동한 시간까지 합하면 프로축구 선수로서 무려 15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에 섰다.
희열과 감격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손흥민은 지난 5월 22일 스페인에서 열린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1 대 0으로 팀이 앞선 후반 22분 투입됐다.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마치 수비수처럼 뛰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세를 막아냈다.
우승이 확정되자 손흥민은 동료들과 부둥켜안고 웃으면서 울었고, 울면서 웃었다.
손흥민은 마지막 선수로 시상대에 올랐다.
트로피를 받고 높게 치켜들며 자축 세리머니를 시작하는 것은 주장의 권리며 기쁨이었다.
그의 허리에는 태극기가 걸쳐 있었다.
손흥민은 1992년 7월 8일생으로 생일 기준으로 따지면 만 32세다.
전성기를 보낸 뒤 내리막을 타기 시작하는 나이에 비로소 처음 만진 우승컵은 마르지 않은 눈물샘이 됐다.
이번 여름 토트넘 떠날 가능성 손흥민은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2024~2025시즌 개인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출전한 프리미어리그 경기는 30경기에 불과했고, 득점도 7골로 예상보다 적었다.
출전 경기 수, 득점 모두 2015~2016시즌 토트넘 입단 첫 시즌 이후 최저다.
출전 시간도 2117분으로 이 또한 최근 6개 시즌 중 가장 적다.
어시스트 9개는 칭찬할 만한 수치. 그러나 시즌 전반적으로 그의 경기력과 기록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축구 이적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손흥민의 현재 시장가는 3000만유로(약 467억원)다.
2020년 9000만유로를 찍은 뒤 매년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
손흥민은 2026년 6월 30일까지 토트넘과 계약돼 있다.
토트넘은 지난 1월 손흥민과의 계약을 2026년 여름까지 딱 1년 연장했다.
연봉 변화 없이 계약 기간만 1년 연장. 토트넘이 손흥민을 반드시 붙잡고 싶어 이뤄진 계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토트넘이 손흥민을 진심으로 원했다면, 연봉을 올려주고 계약 기간도 연장했을 것이다.
손흥민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구단이 있었다면 그 구단으로 갔을 것이다.
결국 연봉 인상 없는 1년 계약 연장은 토트넘이 손흥민을 매각할 때 이적료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적료는 계약 기간이 남은 선수를 사고팔 경우에만 발생한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이번 여름 팀을 떠날 프리미어리그 스타 10명을 꼽으면서 손흥민을 포함했다.
가디언은 “손흥민은 토트넘과 이별 수순을 밟고 있다”며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둔 이 시점, 구단과 팬 모두에게 ‘지금이 작별의 가장 적절한 순간’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최근 몇 년 동안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과의 연결설이 계속 제기됐다.
가디언은 “토트넘 구단 내부에서도 팀 내 최고 연봉자(주급 약 20만파운드·약 3억 7034만원)를 정리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팬 입장에서는 가슴 아픈 이별이겠지만 우승 트로피와 함께 작별할 수 있다는 것은 절묘한 타이밍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월드컵을 경험했고, 유럽 무대에서 검증받았으며 프리미어리그에서 10시즌 활약했다.
가디언은 “‘남을 수 있는 명분’과 ‘떠날 수 있는 자격’을 동시에 갖춘 선수”라며 “어떤 선택을 하든 그의 결정은 존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로서 토트넘을 떠날 가능성이 남을 가능성보다는 조금 더 커 보인다.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는 8월 중순 시작된다.
팀들은 7월 말 또는 8월 초까지 선수 이적 업무를 마무리한다.
토트넘은 이번 여름 서울에서 뉴캐슬과 친선경기를 치른다.
날짜는 7월 말 또는 8월 초다.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난다면 이때쯤 거취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토트넘 주장 손흥민이 시상대에 올라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고 동료들과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AFP 북중미 월드컵서도 주장 완장 찰까? 지금 손흥민의 남은 꿈은 무엇일까. 아마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해 8강 이상 성적을 거두는 게 아닐까. 손흥민은 A대표팀에서 우승한 경험이 없다.
아시아 정복을 목표로 역대 최강 멤버라는 기대감 속에 출전한 2024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이강인과 갈등이 불거지면서 팀 성적은 4강에 머물렀고 개인 체면도 구겼다.
손흥민은 지금까지 월드컵 무대를 3번 밟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2018년 러시아 월드컵,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다.
브라질에서는 알제리전에서 골을 넣었다.
러시아월드컵에서 명실상부한 주전이었고,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풀타임 뛰었다.
2차전 멕시코전에서 0 대 2 패배를 모면하는 골을 넣었고, 마지막 독일전에서는 후반 막판 2 대 0 쐐기포를 터뜨렸다.
가장 최근 월드컵인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3경기, 16강 1경기를 풀타임 소화했다.
당시 손흥민은 주장이었고 골은 없었다.
손흥민은 6월 예정된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남은 두 경기에 대비해 대표팀에 소집됐다.
한국은 6월 6일 이라크 바스라에서 이라크를 상대로 예선 9차전을 치른다.
이어 10일에는 서울로 돌아와 쿠웨이트와 최종전을 벌인다.
현재 B조 1위인 한국은 2경기에서 승점 1, 즉 1무 1패만 거둬도 11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하는 역사를 쓴다.
손흥민은 이번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절박한 열정”을 언급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 계속 남은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유로파리그 결승은 우승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말했다.
손흥민에게 북중미 월드컵이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한국의 역대 월드컵 역사를 되돌아보면 대회마다 주장이 달랐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기성용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구자철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박지성이,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이운재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홍명보가 주장 완장을 찼다.
내년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손흥민이 주장 완장까지 찰까. 아니면 후배에게 주장 자리를 물려주고 마지막 월드컵에 대비해 자기 컨디션 조절에 집중할까. 프로선수로서 오랜 꿈을 이룬 손흥민이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에서 쓸 또 다른 서사극이 기대된다.
유종의 미 거둔 손흥민의 ‘마지막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