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기자
“중국에서 온 배들이 태평양에서 유턴해 돌아가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공장들이 문을 닫고 있다.
” 미·중 협상단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극적인 관세 유예 합의에 도달하기 불과 2주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승리를 자신하며 했던 말들이다.
합의 일주일 전엔 “중국과의 협상을 위해 145% 관세를 먼저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주장은 거의 사실에 부합한다.
관세 폭탄을 맞은 중국 선박들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항과 롱비치항을 목전에 두고 되돌아갔다.
수출기지인 광둥성 지역에서는 공장 가동을 멈추는 업체가 속출했다.
무역전쟁 영향으로 중국의 4월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감소했다.
중국은 위안화 절하와 우회 수출 강화, 내수 부양을 위한 사실상의 현금 살포까지 동원하며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이런 고통이 곧장 미국의 승리로 귀결되는 것은 또 아니다.
요즘 미국의 대형할인점 월마트의 매대는 장난감, 학용품을 시작으로 오전 개점 시간이 지나기가 무섭게 빈다고 한다.
월가와 대형마트들에서는 ‘조만간 매대가 텅 비게 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한동안 이어졌다.
중국에서는 월마트가 ‘관세를 부담할 테니 배를 돌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Fed)에 연일 금리 인하를 재촉하고, 가격 인상을 예고한 대형마트들에는 “지켜보겠다”며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도 경기 침체와 물가 불안이라는 낭떠러지 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양국의 충돌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미국과 중국의 국민이다.
물론 글로벌 경기 하방의 유탄을 맞은 세계인들의 피해도 덤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유예가 끝나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그래서 트럼프도 시진핑도 이제 진짜 초읽기에 몰렸다.
한편에서는 ‘선거 없는’ 중국의 인내심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쪽에서는 항미 공동전선 구축에 실패한 중국이 백기를 들 것이라고도 한다.
결과는 알 수 없다.
부디 이 싸움이 어서 빨리 끝나기를, 싸움의 유탄이 대한민국을 최대한 비껴가기를 바랄 뿐이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초읽기[취재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