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에 밀려 뒤집힌 차량서
할머니·엄마·아이 2명 구해
박진주씨가 20일 경남 산청휴게소에서 일가족을 구조했을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무섭고, 도망갈 수도 있었지만 제 가족이라 생각하고 살렸어요. 저도 아이가 있으니까요.” 경남 산청휴게소(통영 방면) 인근 주유소에서 일하던 박진주씨(40)는 지난 19일 호우로 유실된 토사 속에서 한 가족을 구조했다.
주유소 뒤편은 산지로 이전에도 토사유실 사고가 잦았던 곳이다.
이날도 밤새 이어진 폭우에 토사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박씨는 자신의 차량을 반대편으로 옮겨 주차한 뒤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순식간에 빗물과 흙탕물이 주유소 안으로 밀려들었다.
대피를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살려주세요”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내다보니 토사에 휩쓸려 뒤집힌 차량에 일가족이 갇혀 있는 것이 보였다.
곧장 망치를 들고 다른 직원과 함께 차로 달려갔다.
차량 내부는 반쯤 물이 찬 상태였다.
그런데 차 문을 바위가 막고 있어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도로는 이미 침수로 통제돼 구조대나 구급차가 제시간에 도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때마침 주유소를 지나던 손님이 힘을 보탰다.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한 끝에 할머니와 엄마, 초등학생 2명으로 구성된 가족을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다.
일가족은 경상을 입고 부산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박씨는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그들을 씻기고 안심시켰다.
한참 지난 다음에야 자신의 손바닥이 상처투성이가 됐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박씨는 “살면서 이렇게 강한 폭우는 처음”이라며 “무사히 구조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무너져 내린 토사로 피해를 입은 주유소는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복구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청지역은 지난봄 대형 산불 피해에서 완전히 회복하기도 전에 다시 극한 호우를 겪었다.
집들은 통째로 유실됐고, 도로 곳곳에는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뒹굴고 있다.
주민들은 온종일 진흙을 닦아내지만, 건질 수 있는 것보다 버려야 할 것이 더 많다.
“저도 아이가 있으니까요” 일가족 살린 주유소 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