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 도입 후 ‘의원 낙마’ 한 번도 없어
첫 낙마 사례 만드는 데 부담 느꼈을 가능성
향후 리스크 우려···“보좌관 여론 매우 나빠”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보좌진 갑질 의혹이 제기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수순에 들어간 것은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 후보자가 역대 최초 현역 의원 낙마 사례가 되면 이재명 정부 초반 당정 일체 기조가 약화될 것을 우려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보좌진·지지층 일부까지 사퇴를 요구한 인사인 데다 추가 의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강 후보자 임명 방침이 당분간 리스크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강 후보자가 낙마를 피한 배경으로는 현역 의원이라는 점이 우선 꼽힌다.
2000년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25년 동안 수많은 현직 의원이 검증을 받았지만 낙마한 경우는 1건도 없어 ‘의원 불패 신화’가 공식처럼 통했다.
현역 의원이 아닌 인사만이 이날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처럼 지명 철회 조치를 받거나 자진 사퇴했다.
이 대통령이 현역 의원의 첫 낙마 사례를 만드는 데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낙마는 고위공직자 부격적자라는 낙인이기에 정치 생명에 치명적 타격이다.
강 후보자가 낙마하면 당적을 유지하기 어렵고 차기 총선에서 낙천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물론 차기 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박찬대 의원까지 강조하는 당과 정부의 ‘원팀’ 관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강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후 이 대통령 지지율이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는 점은 논란을 돌파할 자신감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17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4%로 전주보다 1%P 올랐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역 의원이 낙마한 사례가 없는 데다 여론조사 결과도 참고가 됐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면 작은 차이나 그런 흠결은 안고 간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은 “이 대통령은 실사구시적이라 사람이 ‘착하냐 나쁘냐’가 아니라 ‘능력이 되느냐’를 더 중요하게 본다”며 “야당은 강 후보자의 인성을 공격했을 뿐 정책적 역량 문제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와 한국여성단체연합,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강 후보자 사퇴 요구를 일축한 임명 강행이 향후 이재명 정부의 리스크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 사회에서 갑질은 폭발력이 강한 이슈다.
현재 보좌진·병원 갑질, 부실 강의 의혹에 더해 강 후보자에 대한 추가 의혹이 불거질 경우 이 대통령이 비난 여론을 감당할 수도 있다.
한 민주당 보좌관은 “강 후보자를 옹호하는 당 지도부를 보는 보좌관들 여론은 매우 좋지 않다”며 “실망스럽다.
강 후보자가 임명된다고 끝은 아니다.
추가 폭로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조만간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10일 내 기한을 정해 국회에 강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강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제출돼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20일)은 지난 19일이었다.
장관 임명은 국회 동의가 필요없기 때문에 이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 이후 언제든지 강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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