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발 빠르게 스테이블코인 관련 협의체를 만들었지만 손발이 꽁꽁 묶인 채 대기만 타고 있다.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지연되는데다 디지털자산혁신법 발의도 8월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협의체의 새로운 활동이 개시되면 가입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은행, 기업들도 있다.
은행들은 우선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상표권이라도 출원하자는 분위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Sh수협·케이뱅크·BNK·iM뱅크 등은 오픈블록체인·DID협회(OBDIA)에 가입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와 실증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4월 OBDIA 내 '스테이블코인 분과'를 공식 신설했다.
협의체에는 금융결제원도 참여 중이다.
현재 은행들만 참여 중이지만 핀테크·IT기업의 참여도 검토 중이다.
향후 확장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 표준과 DID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포럼·컨퍼런스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며, 회원사 간 정책·기술 논의를 펼칠 계획이다.
분과 신설 이후에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가능성 검토, 실증 사업 추진, 실증 데이터 축적을 주요 활동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협의체만 출범한 후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모인 적이 없다.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지연되면서 활동을 펼치고 싶어도 대부분의 활동이 멈춰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디지털자산혁신법 발의도 당초 7월 중순이었지만 8월로 연기됐다.
자본 요건과 감독 주체 구성에 따라 여러 의원안이 병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8월 중 스테이블코인 관련 다른 법안들도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협의체에 가입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입 후 아직까지 별다른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이 정해지면 보다 구체적인 활동을 건의하면서 계획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단순 연구를 넘어 국경간 송금, 지역화폐 연동 등 실증 미션을 통해 금융·기술권 협업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은행들은 상표권이라도 출원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모습이다.
KB국민(32건), 신한(21건), 하나(16건), 우리(10건), IBK기업(10건), iM뱅크(12건), 부산(10건), 경남(4건), 카카오뱅크(12건), 케이뱅크(12건), 토스뱅크(비바리퍼블리카·24건) 등 은행들 대부분이 상표권을 출원했다.
최근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하는 내용 등을 담은 '코인 3법'이 미국 하원에서 가결돼 법제화를 눈앞에 뒀다.
이번에 통과한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발행액인 만큼 미국 달러나 단기 국채 같은 안정적인 자산을 예치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시장에서 비주류 취급을 받던 가상화폐가 주류 투자자산으로 격상된 것이다.
이에 업계에선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했다.
금융·외환시장으로의 공식 진입이 이뤄지면 스테이블코인은 교환 수단이자 외환 도구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도 최근 스테이블코인 소분과를 설치하며 도입 방안 논의에 돌입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제도 정비가 시작됐다"며 "제도화 이후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결제·금융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연합뉴스]
“활동하고 싶어요”…은행, 스테이블코인협의체 출범 후 ‘무한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