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트럼프 감세법 보고서
전기차 판매량 37% 급감 전망
현대차 연 19억달러 이상 감소
韓 정책 기금 등 종합지원 시급
미국이 수입차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전기차 보조금도 9월 말 폐지하기로 하면서 한국 자동차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종료되면 전기차 판매량이 최대 37%나 급감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서다.
현대자동차·기아의 지난해 미국 전체 판매량 170만여대 가운데 전기차 판매량은 31만7000대 수준으로 전체의 약 18%를 차지한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로 올 상반기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18.4%나 감소한 가운데, 전기차 시장까지 위축되면 수익성은 물론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올 상반기 기준 우리 전체 수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1%로 반도체(22%) 다음으로 높다.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0일 발표한 ‘미국 트럼프 대규모 감세법의 자동차·배터리 산업 영향·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 싱크탱크인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미국 내 전기차 세액공제 전면 종료 시 미국 내 전기차 제조사(현대차 포함)의 판매량은 최대 37%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일 ‘대규모 감세법’(OBBBA) 시행을 공표했는데, 여기에는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기한을 기존 2032년 말에서 올 9월 30일까지로 앞당긴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경협은 OBBBA 발효에 따른 NBER의 분석을 근거로,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시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내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최대 4만5000대(매출 19억5508만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현대차·기아의 작년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연간 12만3861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 연간 판매량이 7만8000대 선에 머물 수 있다는 얘기다.
양사의 올 상반기 미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보다 28.0% 감소한 4만4555대에 그쳤는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트럼프 2.0 행정부 출범 등의 여파인 점을 감안하면 OBBBA 시행에 따른 판매 감소는 한층 심화될 가능성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북미 전기차 시장 확대를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HMGMA) 건설에 약 80억달러(11조원)를 투자해 왔다.
올 1월부터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5개 차종이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며 투자 지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OBBBA 발효로 인한 투자 회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한경협은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행정부 대응을 위해 전기차 판매 대신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당초 HMGMA는 전기차 생산 전용 공장으로 추진됐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하이브리드차(HEV) 병행 생산 체제로 바꾸며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올 상반기 HEV 판매량은 13만6180대로 1년 전보다 45.3% 증가하며 전기차 감소분을 메꿨다.
하지만 OBBBA로 보조금이 사라지면 이 같은 생산체제 전환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OBBBA에 앞서 미 정부의 수입차 25% 관세 영향을 이미 받고 있는 상태다.
폭스바겐, 포드, 스바루, 메르세데스 벤츠 등은 현지 차량 인상을 통해 관세 부담 상쇄에 나섰지만, 현대차·기아는 아직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점유율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인데 대신 관세 부담을 회사가 떠안으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환율도 변수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지난달 말까지 약세가 이어졌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4월초 1470.60원에서 6월말 1356.40원까지 내렸다.
지난 18일에는 1390.80원으로 최근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보조금마저 줄 경우, 전기차에 한해서는 가격 부담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전략에도 변화를 줄 가능성도 보고 있다.
미 제네럴모터스(GM)와 맺은 포괄적 협업에 따라 자금 조달부터 신차 개발, 스마트 팩토리 협력 등의 시너지가 어느 시점에서 구체화 될 지도 관심거리다.
한경협은 OBBBA 발효로 전기차 보조금 감소에 따른 전반적인 수요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전기차·배터리 기업이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서도 생산 기반 유지와 투자 지속을 위해 정책 기금과 세제 혜택 등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불확실한 글로벌 정책 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들의 안정적 생산 기반 유지와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의 선제적 재정 지원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전기차·배터리 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있도록 기금?세제혜택이 결합된 종합적 지원을 서둘러야한다”고 밝혔다.
[기획] 관세에 전기차 보조금 폐지도… 하반기 대미 車 수출 ‘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