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을 시작으로 EVE에너지 등 중국 우량 기업들이 잇따라 홍콩 증시로 몰리고 있다.
글로벌 자금 유치와 해외 진출을 노리는 중국 기업들의 홍콩행이 가속화되면서 ‘중국계’ 기업의 전략적 정체성 전환도 주목된다.
17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홍콩 신규 주식시장의 열기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27일 하루에만 16개 중국 본토 기업이 홍콩거래소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단일 신청 규모로는 역대 최고치다.
현재 홍콩거래소에서 상장 대기 중인 기업은 무려 220개에 달한다.
신하통신 측은 “중국 기업들은 홍콩이라는 국제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자원과 연결하고 관련 산업과 시장의 혁신과 업그레이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5월 20일 CATL(닝더스다이)가 홍콩 상장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조달 자금은 400억 홍콩 달러(6조9600억원) 이상으로 그중 90%의 자금은 헝가리 배터리 프로젝트 건설에 사용될 예정이다.
CATL은 홍콩 상장을 통해 해외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배터리 기술을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공급사슬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ATL뿐 아니라 EVE에너지와 신왕다(Sunwoda), 거린메이(GEM) 등이 홍콩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상장 성공 시 이들은 미중 갈등 속 정치적 민감도 회피나 글로벌 마케팅 등의 맥락에서 ‘중국계 기업’이라는 표현을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신에너지분야에서는 산가오(山高)홀딩스는 홍콩 상장 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기업으로 꼽힌다.
산가오의 지난해 총자산 규모는 661억7000만위안(11조5135억원)에 달했다.
산가오홀딩스는 홍콩 시장에서 ‘산업과 자본, 기술’ 사슬을 연결해 산둥성, 신장, 광시(廣西) 등지에 풍력발전, 태양광 프로젝트를 배치함으로써 산업 자본 구조를 개선했다.
또 녹색 자원과 데이터 센터의 산업 발전을 적극 추진해 전력과 컴퓨터파워가 융합된 생태계를 구축했다.
현재 금·구리·아연·리튬·은 등 다양한 금속을 탐사·채굴하는 지진마이닝, 에너지저장장치 기업 샤먼하이리튬, 에너지저장장치와 스마트충전 솔루션 기업 슈앙덩그룹, CALB 등이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중국전문가포럼(CSF)는 “중국 본토 우량기업의 홍콩 상장을 지원하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일련의 정책적 조치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은 홍콩 상장을 자금 조달 채널 확대와 해외 진출의 발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 증시의 빠른 자금 조달 시스템과 국제 투자자 접근성이 중국 본토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홍콩 정부도 하이테크와 바이오 스타트업의 상장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혁신기업의 홍콩 진출도 활발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20일 홍콩거래소에서 열린 CATL 상장식 현장. 신화통신 제공.
CATL·EVE 잇단 홍콩행…자금 확보 ‘신흥 관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