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현 상황대로면 중국에 밀려 한국 제조업이 세계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중국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제조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 17일 경주에서 대한상의 하계포럼을 계기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중국 제조업 실력이 업그레이드되다 보니 우리가 만드는 거의 모든 물품과 경쟁을 하게 됐다.
반도체도 추격의 속도가 더 빨라져서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이라며 “AI로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지 못하면 우리 제조업은 10년 후면 상당 부분에서 퇴출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망은 AI에 걸 수밖에 없다”며 “AI마저도 중국이 쫓아오고 적용하는 속도가 우리보다 빠르다는 게 더 안 좋은 뉴스지만, 아직은 초기니까 우리도 빨리 따라잡아서 경쟁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일본과의 협력으로 중국과 경쟁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최 회장은 “우리는 (중국에 비해)데이터의 사이즈가 안 된다.
AI를 잘하기 위해서라도 일본과 손잡고 서로 데이터 교환을 해야 한다”며 “양 국의 데이터를 섞고 쓸 수 있어야 조금이나마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시장을 만들어 주십시오’라는 게 부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공공 쪽에서의 AI 발주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며 “프로젝트가 나와야 스타트업이든 중견기업이든 대기업이든 들어가서 뭔가를 하고 AI에 훈련된 사람, 경험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요청했다.
최 회장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AI 인재 양성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도 소개했다.
그는 “울산에서 AI 회의를 할 때 대학에 AI를 필수 과목으로 넣으면 좋겠다고 건의드렸는데, 대통령께서 초·중·고등학교까지 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개발 중인 6세대 HBM4와 관련해서는 “경쟁은 항상 있었다”며 “우리가 좀 더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그동안 우리 제품을 고객들이 꽤 많이 썼기 때문에 우리 것이 거의 메인 제품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메모리 기술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여태까지는 레거시(범용) 제품과 AI용 제품이 상당히 달랐다”며 “앞으로는 AI도 핸드셋에 들어가 작동할 것으로 생각돼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차세대 메모리 연구개발 현황과 관련해서는 “HBM처럼 10년 전에도 있었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던 그런 제품이 수두룩하다”며 “새로운 것이 속속 탄생한다.
어느 게 뽑힐지 알 수 없으니 시나리오와 상황에 맞게 연구개발을 착실히 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여당에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도록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까지 자사주를 쓸 수 있는 자유가 어느 정도 있었는데 이게 줄어든다는 이야기로 이해한다”며 “자사주를 살 사람이 앞으로 이걸 과연 사겠느냐”고 지적했다.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에 대해서는 “개정이 되면 할 수 없다”며 “실제로 운용을 해봐야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알 수 있고, 그걸 고치거나 대책을 내도록 건의하면서 흘러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는 등 내용의 일명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당장 실시하겠다면 상법과 마찬가지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이건 들어주되 다른 것을 얻을 수 있다.
재계 전체로 더 나아진다면 뭔가 다른 것도 바뀌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최근 경영 승계 준비 아니냐는 관측을 낳은 장남 인근(30)씨의 컨설팅회사 입사에 대해서는 선을 그엇다.
최 회장은 장남의 이직을 권유했는지 질문에 대해 “밖에서는 후계 수업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본인이 원했다”며 “자신의 선택이었다”고 답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SK 제공
최태원 “반도체도 中 턱밑 추격…AI 없이는 10년 후 제조업 퇴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