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당한 직후인 지난 4월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관저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한남동 관저 스크린골프장 등 대통령 경호처가 주관한 공사에 참가한 업체가 공사 대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앞서 대통령집무실 공사대금도 5억원가량을 받지 못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일 한겨레 취재 결과, ㄱ업체는 2022년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현대건설 쪽 요청으로 △관저 스크린골프장 및 경호초소 △대통령 안가 리모델링 등 공사에 일부 참가했다.
모두 경호처가 발주한 공사들이었다.
당시 공사에 들인 돈은 원가만 1억원가량이라는 게 ㄱ업체 주장이다.
그런데 3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경호처나 현대건설 쪽에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ㄱ업체는 2022년 4월부터 경호처 요청으로 대통령집무실과 경호처 관사 공사 등에 참여했다.
ㄱ업체가 이런 방식으로 관여한 공사는 모두 26건이다.
이와 별도로 대통령 관저 앞 초소에 걸린 경호처 로고 작업도 맡았다.
당시 ㄱ업체는 모든 공사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했지만 경호처 쪽은 “대통령 취임식 날까지 공사를 다 못 끝내면 다 죽는다”라며 압박했다고 한다.
경호처 독촉에 못 이겨 ㄱ업체는 정식 계약도 맺기 전에 공사를 시작해야 했다.
ㄱ업체 쪽은 계약을 거듭 요청했지만, 경호처 쪽에선 “나라에서 이런 거로 사기 치지 않는다.
걱정 말고 공사를 해라”라며 계약서 작성을 미뤘기 때문이다 . ㄱ업체 쪽도 이후 정식계약이 있을 것이라 믿었고, 정부가 관급공사비를 떼어먹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며 공사를 진행했지만 ㄱ업체가 대금을 받은 건 전체 공사 26건 가운데 5건에 해당하는 22억원뿐이었다.
나머지 21건과 경호처 로고 작업 등에 소요된 비용 5억원은 받지 못했다.
여기에 관저 및 안가 공사비용 1억원을 합치면 총 6억원을 3년 가까이 받지 못한 것이다.
ㄱ업체는 지난해 10월에야 경호처 쪽에 공사대금을 지급해달라며 부당이득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를 마무리한 지 2년 넘게 지나도록 소송에 나서지 못한 이유는 ‘보안각서’ 때문이다.
경호처는 매번 공사 때마다 ‘어디 가서도 대통령실 공사를 했다고 말하지 말고, 무엇을 공사했는지도 평생 발설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비밀 유지 서약서를 쓰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를 어길 때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ㄱ업체 쪽은 소송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망설였다고 한다.
아울러 대통령집무실과 경호처 관사 공사보다 민감한 관저 스크린골프장 등 공사대금 1억원에 대해서는 아직 소송도 제기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호처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하는 법무부는 법원에 “국가계약법상의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무효의 약정으로서 원고가 피고에게 공사대금을 청구할 계약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서를 제출했다.
경호처의 요구로 계약서 없이 공사했는데, 계약서가 없어 공사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논리다.
ㄱ업체의 소송을 대리하는 이동건 변호사는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뒷배로 하는 경호처가 공사비를 떼어먹는 것이 과거 군사독재 정부가 기업들 팔을 비틀어 자신들의 이익을 챙겼던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호처 쪽은 “특검 수사 대상이며 소송도 진행 중이어서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단독] “공사비 떼였다” 윤 관저 스크린골프장 시공업체, 법원에 소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