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공사비 출처 수사 불가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지난 1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모습. 연합뉴스
현대건설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스크린골프장 등 대통령경호처가 발주한 11억원 규모의 공사를 한 업체에 맡아달라고 하며 ‘다른 현장 일감으로 비용을 처리해주겠다’는 불법적인 제안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예산도 없이 졸속으로 대통령실·관저 이전이 진행되면서 공사비용을 현대건설이 떠안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관저 스크린골프장 시공 참여 업체 등을 취재한 내용을 20일 종합하면, 현대건설은 2022년 5월 건축공사업을 하는 ㄱ업체에 스크린골프장·경호초소와 파인그라스(대통령 집무실 앞마당의 접객 공간) 건물 공사를 부탁했다.
현대건설 쪽은 경호처 시설 담당자의 소개를 받고 ㄱ업체와 접촉했다고 한다.
당시 ㄱ업체가 낸 공사비 견적은 각각 3억원과 6억여원이었다.
ㄱ업체는 일정이 급박하다는 말에 정식 계약 전 스크린골프장 공사에 착수했다.
스크린골프장 주변에 나무를 심고 터를 평평하게 하는 작업을 진행했지만, 현대건설이 ‘다른 건설 현장 일감을 주는 방식으로 공사 비용을 지급하겠다’며 허위세금계산서 발급 등의 불법적인 제안을 하자 공사를 중단했다.
결국 현대건설 쪽이 맡아서 공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ㄱ업체는 알았고 파인그라스 건물 공사도 실측 정도만 진행한 뒤 손을 뗐다.
같은 해 7월에도 현대건설이 ‘다른 현장 일감으로 공사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똑같은 방식으로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 리모델링 공사(견적 2억3천만원)를 의뢰했지만 ㄱ업체는 이 공사도 맡지 않았다.
다만 공사가 원활하지 않았는지 현대건설은 거듭 도움을 요청했고 ㄱ업체는 결국 스크린골프장과 관저 주변 초소, 안가 리모델링 공사 일부에 참여했다.
ㄱ업체는 원가 기준으로 1억원가량의 공사비를 아직 지급받지 못했다.
현대건설 관저 공사비 의혹
경호처가 주관하는 관급공사 과정에서 현대건설이 하청 형식으로 공사를 제안하고 불법적인 ‘공사대금 우회 지급’을 제안한 형태부터 수상한 대목이다.
앞서 경호처는 2022년 7월, 현대건설과 관저 스크린골프장 설치 등을 포함한 ‘기반시설 및 초소 조성 공사’ 명목으로 1억3천만원짜리 계약서를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ㄱ업체가 현대건설로부터 의뢰받았던 공사비용 견적보다도 적은 액수라 다운계약서가 의심된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현대건설은 일괄 하청을 줬고 포르테라인이라는 업체가 이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ㄱ업체가 현대건설의 일괄 하청 제안을 거절하자 현대건설은 포르테라인에 공사를 맡겼고, 추후 ㄱ업체가 결과적으로는 재하청 형식으로 스크린골프장 공사에 참여한 모양새다.
그동안 스크린골프장 등 관저·대통령실 공사비의 출처를 놓고 △현대건설 대납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경호처 비자금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는데 현대건설이 다른 업체에 ‘공사대금 우회 지급’을 제안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현대건설의 대납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관저와 안가, 대통령 집무실 등 공사 전반에 대한 특검팀의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김건희 특검법’에는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등 국가계약 관련 사안에 부당하게 개입’한 의혹도 수사 대상으로 규정해놓았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현대건설이 윤 전 대통령에게 청탁할 목적으로 저가나 무상 공사를 해줬다면 특검이 제3자 뇌물 혐의 적용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쪽은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경호처 쪽은 “특검 수사 대상이며 일부는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단독] “현대건설, 다른 공사로 정산 제안”…관저 비용 대납의혹 증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