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청소년이 바라는 대통령의 덕목’을 주제로 ‘청소년 공론장’이 서울 성동구 언더스탠드에비뉴 아트스탠드에서 열린 지난 19일 오후 참석자 대표들이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모든 국민을 위한 통합의 대통령이 되어주세요.” “어른들 근무 시간 관리하는 것처럼 청소년은 수면 시간 확보할 수 있게 관리해주세요.” “연금개혁에 미래 세대 의견을 반영해주세요.”
10대 청소년들은 어떤 대통령을 원할까. 이들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정책은 무엇일까. 새 정부 출범 한달 반이 되는 지난 19일 서울 성동구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한겨레·한국청소년재단·코리아스픽스·한국퍼실리테이터연합회(fKF)·공공의창이 공동으로 기획한 ‘2025년 청소년이 바라는 대통령의 덕목’ 토론회가 열렸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62명의 청소년이 참여한 토론회에선 각자가 바라는 대통령의 모습,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가 나왔다.
‘2025년 청소년이 바라는 대통령의 덕목’을 주제로 ‘청소년 공론장’이 서울 성동구 언더스탠드에비뉴 아트스탠드에서 열린 지난 19일 오후 참석자들이 사회자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 토론 그룹에선 10대 청소년들이 직면한 학업 스트레스와 사교육 문제를 두고 토론 열기가 뜨거워졌다.
한 중학생이 “공부를 잘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가스라이팅”이 사회 전반에 깔렸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또 다른 중학생은 학업 부담으로 인한 수면 부족을 호소하며 “학원들이 법적으로 10시에 (수업을) 끝내야 하는데도 바로 옆에 스터디카페를 차려 사실상 연장 수업을 하고 있다”며 “이를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사교육 시장의 생생한 실태를 폭로했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사교육 빈익빈 부익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초등학생들은 현장체험학습이 보류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 초등학생은 “저학년 땐 코로나19, 이후엔 노란 버스(안전장치 등을 구비한 어린이용 통학버스) 부족과 사고 문제로 못 가고 있다”며 “롯데월드로 현장체험학습을 가고 싶은데, (관련 대책을) 빨리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청소년들의 시선은 ‘나’를 넘어 외교 문제까지 확장됐다.
한 고등학생은 “일본이 독도와 관련해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를 한다거나, 제주 우도의 한 해변에 오성홍기(중국 국기)가 설치됐다는 등의 뉴스를 봤다”며 “(대통령이) 인근 국가들과의 외교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은 우리 사회의 많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이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으로 청렴(37.7%)을 가장 많이 꼽았다.
공정함(27.9%), 경청(23.0%) 등이 뒤따랐다.
전체 토론에서 발표에 나선 한 청소년은 “위임받은 권력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청했고, 또 다른 청소년은 “높은 권력에 있지만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낮은 자세”로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모인 학생들은 자신의 정치 성향에 대해 가장 많은 39%가 ‘중도’라고 답했고, 진보가 23.7%, 보수는 1.7%에 머물렀다.
18.7%는 진보와 중도 사이, 17%는 보수와 중도 사이라고 밝혔다.
‘2025년 청소년이 바라는 대통령의 덕목’을 주제로 ‘청소년 공론장’이 서울 성동구 언더스탠드에비뉴 아트스탠드에서 열린 지난 19일 오후 한 참석자가 자료집에 본인 의견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두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숙의 토론을 통해 모인 의견은 ‘청소년이 바라는 대통령’이라는 제목으로 작성돼 대통령실에 직접 전달됐다.
청소년들은 의견서에서 “높은 권력에 있더라도 낮은 자세로 책임 있는 태도를 지키는 대통령”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국민 전체를 통합하는 따뜻한 공정함을 실현하는 대통령” “반대 목소리도 존중하고 포용하며 정책 발굴 시 국민 의견에 귀 기울이는 대통령” 등이 돼달라고 요구했다.
기획단은 올해를 시작으로 해마다 토론회를 열고 청소년들의 의견을 모아 대통령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황인국 한국청소년재단 대표는 이날 행사에 대해 “현 정부가 충분한 준비 기간 없이 어렵게 출범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청소년, 청년에 대한 언급이나 의제가 많이 보이지 않았다”며 “청소년이 공론장에 모여 낸 의견을 모아서 전달하면 정부가 청소년이라는 사회적 미래 의제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의견서를 직접 수령한 전성환 대통령실 경청통합수석비서관은 한겨레에 “비서실을 통해 문서를 (대통령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로 했다”며 “숙의 민주주의는 수용성이 핵심인데, 단순히 좋은 프로그램이 진행된 것으로 끝나지 않도록 이에 대해 어떻게 답할지 두루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초등·중·고등학생 같고도 다른 마음
‘2025년 청소년이 바라는 대통령의 덕목’토론회에 앞서 진행된 사전 조사에서 참여 청소년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낸 가운데, 흥미롭게도 학교급에 따라 중요하다고 꼽은 덕목에 차이가 있었다.
공론조사 전문업체 코리아스픽스는 지난 11~15일 이번 토론회 참가 신청 학생을 대상으로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과 현 대통령에게 바라는 정책 및 실천 과제에 대한 사전 조사를 벌였다.
초·중·고등학생 65명이 답변을 한 가운데, 학생들은 대통령이 갖춰야 할 인격적 덕목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책임감(30.8%, 복수 선택)을 꼽았다.
다만 학교급에 따라 인식에 다소 차이가 있었는데, 초등학생은 책임감보다는 진실성(36.7%)을 더 우선시했고, 중학생(31.0%)과 고등학생(34.6%)은 책임감을 최우선 순위로 답했다.
고등학생은 절제(15.4%) 또한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으나, 초등학생은 이 항목에 한 명도 응답하지 않았다.
국민과의 관계에 대한 대통령의 덕목으로는 학생들은 대체로 경청(36.2%)과 공정함(26.2%)을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다만 이에 대해서도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의 답변 순위가 다소 달랐는데, 중학생(38.1%)과 고등학생(46.2%)은 경청 능력을 최우선으로 꼽았다면, 초등학생은 공정함을 가장 우선시 했다.
중·고등학생이 2순위로 꼽은 것은 공정함이었는데, 초등학생의 2순위는 공감 능력인 점도 달랐다.
대통령 권력 사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윤리적 덕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학교급별로 나뉘었다.
전체적으론 정책 결정 과정과 내용이 국민에게 열려있는 투명성(30.0%)이 1순위로 꼽힌 가운데, 초등학생은 정의감(25.0%)을 투명성(20.0%)보다 앞선 것으로 답변했다.
중학생(29.8%)과 고등학생(38.5%)은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초등학생(15.0%)과 중학생(11.9%)은 연대의식도 중요한 윤리적 덕목으로 꼽았으나 고등학생은 이 항목에 한명도 답하지 않았다.
주관식으로 받은 현직 대통령에게 바라는 정책이나 실천 과제에 대해선 직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가 남긴 그림자가 여전히 드리운 듯 했다.
“계엄만 하지 말자”거나 “내란 완전 종식”, “국민들에게 욕을 먹는 대통령만 안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한편으론 “학생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 “청소년이 웃을 수 있는 사회” 등 더 나은 일상을 꿈꾸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공공의창은 2016년 문을 연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다.
리얼미터·리서치뷰·우리리서치·조원씨앤아이·코리아스픽스·한국사회여론연구소·피플네트웍스리서치·서던포스트·시그널앤펄스·소상공인연구소·PDI·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12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 분석 기관이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반영하고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모아 출범시켰다.
정부나 기업의 의뢰를 받지 않고, 매달 ‘의뢰자 없는’ 조사와 분석을 하고 있다.
청소년이 바라는 대통령 덕목은 “청렴”…희망 정책은 “수면시간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