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거리 유세를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연립여당이 몰락한 반면 보수 성향의 야당 국민민주당이 약진했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20일 참의원 선거 투표 종료 직후인 밤 8시 공개한 출구 조사에서 국민민주당이 이번 선거에 걸린 125석(보궐 1석 포함) 가운데 14∼21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참의원 전체 248석 가운데 나머지 절반(124석)에 대한 선거가 치러진 2022년 5석을 얻은 바 있어 단숨에 참의원 20석 안팎을 확보한 정당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민주당은 2020년 전신인 옛 ‘국민민주당’이 당시 입헌민주당에 사실상 흡수되는 데 반발한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 등이 당명을 그대로 갖고 나와 만든 정당이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비자금 파문을 ‘세금털이’로 집중 공격하는 한편 ‘서민 주머니에 들어오는 실수령액 확대’라는 정책 구호가 돌풍을 일으키며 직전 대비 4배나 많은 28석을 챙겼다.
참의원 선거 ‘풍향계’로 불리는 지난달 도쿄도의회 선거에서는 이전까지 한 명도 없던 도의회 의원을 9명이나 당선시키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실수령액 증가를 비롯해 소득세·주민세·소비세 감세, 젊은 세대들의 사회보험료 경감 등 서민들이 선호할 만한 공약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일본 정치권의 ‘일본인 우선 정책’ 분위기에 편승해 ‘외국인 토지 취득 제한’ 등 외국인 권리 제한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외국인 차별이란 비판을 감수하고, 일본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지역구 23명과 비례대표 19명을 후보로 내세워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특히 국민민주당으로선 참의원 전체 20석 이상을 확보하면 다른 정당 힘을 빌리지 않고 단독으로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참의원에서 특정 정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필요한 의석은 11석, 예산이 동반된 법안은 21석이 필요하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에서도 과반 확보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민민주당의 입지는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당과 비슷한 성향의 보수 정당이면서 ‘캐스팅 보트'로서 충분한 의석을 확보한 국민민주당에 자민당이 손을 벌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안을 중의원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국민민주당이 요구해온 이른바 ‘103만엔의 벽'(소득세 부과 기준 인상) 개선을 받아들이며 부분 연정을 성사시킨 바 있다.
다마키 대표는 참의원 선거 투표 종료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영상에서 “순조롭게 당선을 확정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개표 초반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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