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왼쪽·28일 서울 동대문)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20일 경기 하남)가 지지를 호소하며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장지연 |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사무총장
거대 양당 대선 후보 공약의 주요 키워드는 다시 ‘성장’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그간 성장주의를 성찰하고 탈성장을 논하며 새로운 발전모델을 탐색하던 시기를 지나 다시 익숙한 자리로 왔다.
극심한 사회적 분열 속에 선진국 진입이라는 성공 경험을 안겨준 ‘성장주의’를 배경음악으로 다시 틀어야 하는 사정, 불평등 해소와 사회 통합을 도모할 공간마저 이 열쇳말로 열어가야 하는 사정을 헤아려 본다.
하지만 이런 접근이 정말 해법이 되려면 ‘성장’이라는 개념을 지금 시기에 맞게 재구성해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일하는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성장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는 오래된 질문이다.
조직이 커지는 것이 성장인가? 사회가 얻는 유용함이 커지는 것이 성장인가? 조직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사회적 유용함이 커진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이와 관련해 더 많은 수치적 결과를 만드는 전략 외에도 지역사회 안으로 깊이 들어가는 전략, 법과 정책을 변화시켜 사회 시스템 변화를 도모하는 전략, 관계와 가치, 신념과 의식의 변화를 통해 문화적 뿌리를 변화시키는 전략을 모두 유효한 성장 전략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한다.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대할 수 있는 활력과 사회통합, 역량 개발 등 다양한 효과를 고려한다면, 성장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보는 관점을 갖는 것이 유용하다.
2030년을 바라보며 추진하는 성장은 적어도 ‘지속가능발전’ 패러다임에 기반한 성장이어야 한다.
‘도넛 경제학’으로 설명되는 지속가능발전 패러다임은, 인류가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사회적 기초 위에서, 그리고 치명적 환경 위기를 막는 생태적 한계 안에서 경제발전을 추구할 때 지속적인 번영을 누릴 수 있음을 설파한다.
지속가능발전은 추진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포괄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다양성의 가치를 강조하는 태도는 이해관계자 포괄 원칙을 사회 전체로 확대한 것으로부터 나온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는 누구라도 자신의 위치를 벗어나 전체를 온전히 알기 어렵다는 겸손함과 신중함을 전제한다.
그렇기에 중요한 결정 단위일수록 다양성이 갖추어졌는지, 주요 이해관계자가 포괄되어 있는지 살피고 경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지난 몇년 다양성 개념이 각 분야에 전파되고 유행처럼 채택되었지만, 그 의미나 효용성을 체감할 만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불필요한 교정 장치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난겨울부터 이어진, 우리 사회의 질서를 뒤흔든 일련의 사건들은 다양성이 결여된 곳에서 일어나는 집단 사고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고 누구라도 말 한마디씩 얹어 볼 수 있는 대선 기간이지만, 이상적 가치와 원칙을 추구하는 것이 의도치 않은 비난과 시비를 불러오고, 대화가 혼란을 증폭시키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공론장에 올라오는 말들은 점점 모호해지기만 한다.
공약을 자세히 공개하면 혼탁한 말싸움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서인지 텔레비전(TV) 토론이 끝난 뒤에야 전체 공약집이 돌기 시작하는 블랙 코미디의 시간이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많은 노력과 지면을 할애해 ‘정책 다이브’, ‘팩트 다이브’ 등 양질의 기사로 이 혼탁함을 헤쳐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한겨레에 고마움을 전한다.
다양성의 가치가 발현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대변하지 못하는 이들을 찾아내 실질적 대변자의 역할을 자처하는 것에도 박수를 보낸다.
다시 만나게 될 ‘성장’이 21세기에 걸맞은 모습과 내용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도록 캐묻고 촉구하는 역할도 부탁한다.
※‘열린편집위원의 눈’은 열린편집위원 7명이 번갈아 쓰는 글입니다.
다시 만난 ‘성장’ [열린편집위원의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