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인천 서곶중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2025 남북이 하나 되는 연합예배 및 체육대회’ 행사 모습. 신현수 제공
신현수 | ㈔인천사람과문화 이사장
지난주에 인천 서구 지역의 4개 교회가 연합하여 준비한 ‘2025 남북이 하나 되는 연합예배 및 체육대회’ 행사에 다녀왔다.
주로 인천 서구 지역에 사는 ‘북향민’들 170여명이 모여, ‘인조고기’ 등 북한 음식도 나눠 먹고 게임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 행사였다.
과거에는 북에서 넘어온 사람들을 ‘귀순자’ 등으로 불렀고, 1990년대 들어와 숫자가 많아지면서 ‘탈북민, 탈북자, 탈북이주민, 북한이탈 주민, 북한이주민, 자유 이주민, 윗동네 사람’ 등으로 불렀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이 쓰는 호칭은 ‘탈북민’이고, 현재 공식적인 법률용어도 ‘북한이탈주민’이다.
그러나 ‘탈북’, ‘이탈’이라는 용어가 주는 부정적 어감 때문에 북을 떠나온 분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새터민’이라는 용어도 있었지만 자리 잡지 못했다.
북에서 온 분들이 비교적 거부감없이 선호하는 용어가 ‘북향민’이다.
북향민은 말 그대로 ‘북이 고향인 사람들’이다.
비교적 덜 정치적이고, 어감이 부정적이지도 않아서 자신들이 북향민으로 불리기를 바라고 있다.
북향민은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북한에서 대한민국으로 넘어오고 있는 사람들이다.
언젠가는 고향에 다시 가볼 수 있을 거라는 소망이 북향민이라는 용어 속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향민’들과 함께 ‘인조고기’(사진) 등 북한 음식도 나눠 먹었다.
신현수 제공
북향민들은 대부분 상상할 수도 없는 고난을 겪어 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북향민은 언젠가 통일이 되면 남과 북을 잇는 ‘가교’ 구실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면에서 북향민은 먼저 온 ‘통일인’이다.
남과 북의 두 체제를 모두 경험한, ‘통일을 먼저 산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북향민은 이데올로기와 정권의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통일 한반도의 주역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북향민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발적 반북 활동을 통해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는 것은 물론, 남한 사회에서 자신의 진보적 견해를 밝히는 건 언감생심인 경우가 많다.
“빨갱이, 간첩, 다시 북으로 돌아가라”는 공격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북향민은 대부분 싫든 좋든 보수 정당과 비슷한 견해를 밝히거나, 최소한 양당 모두를 비판하는 양비론을 취한다.
아니면 자발적 정치 무관심층이 된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3만5천여명의 북향민이 있다.
인천, 경기, 서울 등 수도권에 60%가 넘게 거주하는데, 인천 지역에만 3천여명이 살고 있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것처럼 여러가지 편견을 이겨내며 남한 사회에서 적응하기가 몹시 힘들다.
반 이상이 일정한 직업이 없다.
그래서 제3국으로 출국한 이도 많고, 심지어 재월북한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지난주 행사에서 만난, 인천에서 30여년간 북향민을 돕는 사업을 펼친 한국성결교회 강춘근 목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북향민들은 어차피 만나야 할 사람, 조금 일찍 만난 사람, 먼저 온 ‘통일의 씨앗’입니다.
이들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인식이 필요합니다.
어쨌든 이분들과 같이 적응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적응을 일방적으로 북향민에게만 강요하면 안 됩니다.
상호 적응이 필요합니다.
북향민은 ‘먼저 온 통일’이기 때문입니다.
통일 한국을 연습하기 위해 먼저 온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산가족, 납북자, 국군포로, 북한이탈주민 등 분단의 고통을 겪는 우리 국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과 제도 개선에도 힘을 쏟겠다.
북한 주민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7월14일은 국가가 정한 ‘제2회 북한이탈주민의 날’이다.
올해가 어렵다면 내년부터라도 기념일 명칭을 ‘북향민의 날’로 바꿨으면 좋겠다.
먼저 온 통일, ‘북향민’ [서울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