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국 빠진 우크라전 대비책 고심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만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부 장관. AFP연합뉴스
러시아가 예고한 우크라이나와의 2차 협상 기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협상 참여 여부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은 점차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모양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엑스(X·옛 트위터)에 “현재로선 러시아가 (협상 장소인)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무엇을 가져올 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없다”며 “우리도, 튀르키예도, 미국이나 다른 파트너들도 그렇다.
현 시점에서, 이는 진지한 움직임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고 썼다.
러시아가 오는 2일 이스탄불에서 2차 협상을 갖자고 제안한 데 대한 반응이다.
양국은 지난달 16일 이스탄불에서 첫 협상을 시작했지만, 두 시간만에 끝난 회의의 성과는 미미했다.
우크라이나는 협상 전 러시아가 작성한 평화각서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우리는 (러시아와) 회담을 계속 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며 협상 전 러시아 쪽 각서를 받아보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지난달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래의 평화 협정에 대한 구상이 담긴 각서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통화를 계기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며 협상에 나서길 촉구했다.
그 뒤 우크라이나는 먼저 미국과 러시아에 자국 입장이 담긴 평화각서를 제시했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쪽 각서엔 육상과 해상, 공중에서의 휴전 조항 및 국제 파트너들의 휴전 감시를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고도 보도했다.
러시아는 협상 당일 각서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미있는 회의를 하려면, 의제가 분명해야 하고 협상도 적절히 준비돼야 한다”며 러시아의 태도는 “다음에 열릴 잠재적인 회의에서 아무 성과가 나오지 않도록 러시아는 최선을 다하는 셈”이라고 불평했다.
양국이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선 미국의 지원 없이도 우크라이나가 자체 방어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오는 24∼26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각국 외교부 국장들의 실무급 회담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종전을 대비해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배치하는 ‘의지의 연합’ 논의를 주도했다.
그러나 이제 논의의 초점을 전환해 미국의 지원이 빠진 가운데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한 유럽의 지원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이 결렬되면 이 전쟁의 중재자 역할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던 위협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기도 하다.
서방의 한 관료는 텔레그래프에 “현실을 직시하고, 미국이 동참하지 않을 것이란 걸 인정하자”고 말했다.
유럽은 다음달 열릴 나토 정상회의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청하는 것도 동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군사 동맹에 합류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어 젤렌스키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협상 계획이 오가는 국면에서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31일 국경지대인 수미주에서 인구 약 2800명이 거주하는 11개 마을에 추가 대피명령을 내렸다.
현재까지 이 지역 정착지 213곳에 대피명령이 내려졌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역에 드론(무인기) 109개, 미사일 5기를 발사했다고 우크라이나 공군은 밝혔으며, 헤르손과 자포리자 등에서도 사상자가 나왔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2일 이스탄불서 러-우 협상 열릴까…러 제안에 우크라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