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0일 가자지구 다이르알발라흐에 위치한 식량 배급소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음식을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구호 식량을 받으러 몰려든 주민들을 향한 발포로 최소 32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다쳤다.
목격자와 현지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가 주도하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이하 가자인도재단)이 운영하는 남부 라파흐 식량 배급소에서 약 1㎞ 떨어진 지점에서 1일 새벽 발포가 있었으며 최소 31명이 숨졌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가자지구 공보국은 라파흐에서 31명 사망, 200명 부상 그리고 중부 네차림 회랑 인근 배급소에서 최소 1명 사망, 그리고 3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더 늘어날 우려가 있다.
가자인도재단은 1일 이른 아침 “아무런 사고 없이 식량을 배급했다”는 보도자료를 내어 사망자 발생 소식은 허위라고 일축했으나, 에이피 통신은 현장에서 수십명이 치료를 받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수천명의 사람들이 새벽부터 라파흐 ‘플래그 교차로’라고 불리는 지점에 모여 식량 배급소가 열리기만 기다렸다고 한다.
이곳은 배급소에서 약 1㎞ 떨어진 곳인데, 이스라엘군은 이들에게 모여 있지 말고 나중에 오라고 명령한 뒤 발포했다.
한 목격자는 “사방에서 포화가 쏟아졌다”며 “최소 10명의 주검을 봤다.
다친 사람들을 손수레로 야전 병상으로 옮겼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목격자도 “이스라엘군이 300m 거리에서 발포했다”고 전했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비비시(BBC)는 현지 언론인 무함마드 가리브가 팔레스타인 군중이 남부 라파흐 배급소 주변에 모여들자 이스라엘군의 탱크가 나타났고 (탱크에서) 곧 발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목격자들이 이스라엘군이 주민들이 모여드는 것을 내려다보는 장소에서 발포했고 탱크 한대도 발포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실제로 누가 어떻게 발포했는지는 완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배급 장소 안에서 이스라엘군 발포로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했으나 발포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아직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부터 가자지구를 봉쇄해 주민들은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 26일부터 가자지구에서 배급소 운영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원조 갈취를 막겠다며 미국의 도움을 받아 직접 운영하는 가자인도재단을 통해 배급하는 방식을 취했다.
유엔과 국제원조단체들은 가자인도재단과 같은 경험 없는 신생 단체가 200만명이 넘는 가자 주민에게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26일 가자인도재단이 구호품 배급을 시작한 첫날 기아에 시달린 주민 수천명이 몰려들어 큰 혼란이 벌어지자, 이스라엘군이 사격을 가해 최소 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또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굶주린 주민들에게 원조 식량을 미끼로 가자 내 대규모 강제 이주를 강요해 인도주의 원칙을 위반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주민들 기아 상태가 심해지면서 구호품 대부분은 중간에 약탈되는 등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은 31일 성명을 내어 서가자 중부와 남부를 통과하는 약 80대의 구호 트럭이 식량이 절실한 주민들에게 약탈당했다고 밝혔다.
세계식량계획은 “거의 80일간 원조가 봉쇄되면서 굶주린 가자 주민들은 더 이상 식량(트럭)이 지나가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휴전도 요원하다.
미국이 제안한 60일 가자전쟁 휴전안에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일부를 석방하는 데 동의하지만 “가자지구에서의 완전한 (이스라엘)군 철수” 등을 요구하며 이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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