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0일 참의원 선거 후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며 인터뷰하고 있다.
자민당과 연정 공명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예측된다.
[AFP=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권이 단명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10월 총리직에 오른 지 1년도 채 안 돼 이어진 세 번의 선거에서 대참패를 거듭한 탓이다.
이 가운데 이시바 정권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20일 참의원(상원) 선거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6년 임기의 참의원(총 248명)을 3년에 한 번꼴로 절반을 교체한다.
총 125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선전하면 3년 뒤 선거까지 시간을 벌어 이시바 총리로선 ‘황금의 3년’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기존 의석(75석)을 포함해 50석을 확보해 연립여당(자민+공명)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아사히신문(자민 34석 전후, 공명 7석 전후)과 TBS(자민 33석, 공명 8석), NHK(자민 27~41석, 공명 5~12석) 등 과반 실패를 전망하면서 자민당 내에선 벌써부터 책임론이 터져나오고 있다.
반면에 인터넷을 기반으로 반(反)외국인 정책으로 급부상한 우익 성향 참정당은 최대 20석 가까이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인 퍼스트’ 참정당 최대 20석 전망
이날 굳은 표정의 이시바 총리는 NHK에 출연해 “현재로선 비교 제1당(의석수 최다)의 의석수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가를 웃도는 임금 상승, GDP(국내총생산) 1000조 엔, 그리고 엄혹한 안전보장 환경에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말하자면 방재 대책, 지방창생, 인구감소 대책, 이런 많은 국가를 위해 다해야 할 책임, 그런 것을 잘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재차 총리직을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최종적인 결과를 보지 않으면 안 되겠지만 책임이라는 것을 확실히 다한다는 것은 잘 자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이시바 퇴진론’이 언급되는 가운데 총리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나카키타 고지(中北浩爾) 주오대 교수는 “자민당으론 더는 안 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기존 콘크리트 지지층이 자민당에 회초리를 드는 마음으로 참정당에 투표했다”고 분석했다.
선거 초반과 다르게 표심의 향방이 달라진 데엔 ‘좌충우돌’했던 이시바 총리의 언행이 있다.
그는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에 대해 “국익을 건 싸움이다.
얕잡아보게 둘 수는 없다”며 강경 발언을 내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25% 상호관세 통보가 선거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강수를 둔 것이다.
하지만 동맹국이자 ‘칭찬’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을 감안할 때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란 비판이 일었다.
선거전 후반에는 ‘일본인 퍼스트’를 내건 참정당을 의식하는 발언이 늘었다.
지난 18일 요코하마 유세에서는 이시바 총리의 등장에도 환호성은 거의 터지지 않았고, 연설이 시작되자 몇 분 만에 청중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요시다 도오루(吉田徹) 도시샤대 교수는 “참정당은 고물가로 고통받는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을 교묘하게 외국인 문제로 연결시켜 지지를 얻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선 이시바 총리의 퇴진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2007년 아베 당시 총리가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한 뒤 연임을 선언했을 때 “아베 총리는 그만둬야 한다”며 사퇴를 요구한 당사자가 바로 이시바 총리인 것도 입지를 좁히고 있다.
8월 1월 발효가 임박한 관세 협상을 위해 퇴진 시기를 늦출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레임덕에 빠진 총리가 협상에 나서거나, 전후 80년이 되는 8월 15일 종전 기념일에 총리로서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야당이 중의원에서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해 가결할 가능성도 있다.
“자민당 부동층이 회초리 든 것”
자민당 ‘잠룡’의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결선투표까지 다툰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18일 “이미 싸우기로 마음먹었다”며 출마를 시사했다.
TV아사히에 따르면 자민당 내 유일하게 파벌을 유지하고 있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최고고문은 이날 모임을 가졌다.
그는 “총리직 계속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주변에 전했다고 한다.
나카키타 교수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농림수산상이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고, 새 정부의 신임을 묻기 위해 중의원 해산과 총선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교수는 “참정당의 약진으로 보수적 목소리가 커질 수 있어 가뜩이나 민감한 일·한 관계를 관리하는 데 큰 불안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몇 년간 한국에 대한 여론이 크게 개선되고, 인적 교류도 대폭 늘고 있다”며 “국민 차원에서 일·한 관계를 중시하는 흐름은 어떤 정치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패 이시바 “총리책임 다할것” 당내선 “퇴진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