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경기도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있다.
뉴스1
‘트럼프 관세’의 충격에 수출이 4개월 만에 줄었다.
한국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와 철강이 직격타를 맞았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5월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감소한 572억6700만 달러(약 79조2500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월간 수출액이 줄어든 것은 지난 1월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김영옥 기자
반도체에 이은 2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4.4% 감소한 62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 자동차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32%(5월 1~25일 기준) 급감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미국이 지난 4월 3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은 4월에도 19.6% 줄었는데, 지난달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여기에 3월 미국 조지아에 지어진 현대자동차그룹 공장의 현지 생산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철강 수출도 전년 대비 12.4% 감소한 25억6000만 달러였다.
미국이 3월부터 25%의 관세를 매기면서, 대미 철강 수출이 20.6%(5월 1~25일 기준) 줄었다.
철강 수출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방침 때문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ㆍ알루미늄 제품에 매기고 있는 25%의 관세를 오는 4일부터 50%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철강 관세 등 철폐를 목표로 미국과 협상 중인 한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이 자국 내 철강 제품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기존 25%의 관세로는 수입 억제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한국은 미국이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 위주로 수출길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은 호조를 이어가며 1년 전보다 21.2% 증가한 137억9000만 달러 실적을 냈다.
지난 2월(-3%)엔 소폭 감소했던 반도체 수출액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요가 늘고 가격이 오르면서 3월 이후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무선통신기기(3.9%)와 저장장치(SSD) 등 컴퓨터(2.3%) 수출도 늘었다.
양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모두 큰 폭으로 줄면서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가별로 보면 대미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1%, 대중 수출은 8.4% 각각 감소했다.
미국 고율 관세 부과의 직접적 영향뿐만 아니라,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 위축이라는 간접적 영향까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대 미국으로는 자동차 수출이 급감했고, 대 중국으로는 반도체(-14.6%, 5월 1~25일 기준)와 석유제품(-20.9%) 등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트럼프 관세’의 불확실성 자체가 증폭되고 있다는 점도 한국에 부담이다.
지난달 28일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를 무효로 하는 판결을 내렸다.
트럼프 행정부 측이 즉각 항소하면서 관세 효력은 일시 복원됐지만, 법적 다툼은 계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 내에서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내뺀다(Trump Always Chickens Out)’며 ‘타코(TACO)’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등 자국 내 비판 여론에 부딪힌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행보를 재개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주원 기자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날 “미국 관세 조치가 세계 경제와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ㆍ선박 등 주력 수출품목과 농수산식품ㆍ화장품 등 K-소비재의 수출 호실적으로 감소율은 -1%대로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출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관세 조치와 관련해 미 정부에 우리 측 입장을 정확히 전달해 상호 호혜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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