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시내버스 회차장에 파업으로 멈춰선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매일 3만원씩 내고 택시 타고 다녀야 합니까? 출·퇴근하는데 2시간이 넘는다.
”
“(평소에 버스 타면) 늦어도 2시간 안에 가던 게 3시간이 걸린다.
매일 택시 타는 것도 부담돼 (임시 전세)버스를 타는데 매일 3시간이나 걸리니 집에 도착하면 기가 다 빨려 있다.
”
1일 경남 창원시청 인터넷 홈페이지 ‘시민의 소리’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시내버스 파업이 ‘역대 최장’인 닷새째 접어들면서 불편의 호소하는 시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창원시가 버스 파업 이후 설치한 안내콜센터에는 하루 수백 건의 문의와 불편 민원이 접수된다.
임시 전세버스를 투입하지만 평소보다 배차 시간이 2~3배 넘게 길어진 버스를 기다리다 지친 시민들은 버스 요금보다 비싼 돈을 주고 택시를 타는 일이 잦아졌다.
시내버스는 창원에서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다.
창원 지역 시내버스 수송분담률은 23.5%로, 지하철처럼 다른 교통 수단이 있는 부산의 버스 분담률(18.8%)보다 높다.
창원 택시 분담률은 10.4%로 시내버스의 절반도 안 된다.
수송분담률은 육상 교통 수단 중 특정 교통 수단의 수송량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파업 장기화 속 창원시의 긴급 수송 대책도 제 몫을 다 못 해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전 8시쯤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서 고등학생 3명이 함께 택시를 타고 등교하고 있다.
시내버스가 시내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인 창원에선 이날 노조 파업으로 첫 차부터 669대(95%) 시내버스가 운행을 멈췄다.
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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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투입한 대체 버스↓…“행락철 이유로 이탈”
창원시에 따르면 앞서 시는 노조 파업으로 시내버스 669대(전체 95%)가 멈추자, 곧장 전세버스 170대와 관용버스 10대를 임시 투입하는 비상 수송대책을 폈다.
임차택시 330대도 평일 출퇴근 시간대에 한정해 운용 중이다.
하지만 이는 평상시 시내버스 노선 운행률과 비교해 42%에 그친 수준이었다.
이마저도 파업 닷새째인 이날 20~23%로 반토막 났다.
긴급 투입한 전세버스 숫자가 줄어 배차 간격이 더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투입된 전세버스는 파업 첫날보다 19대 감소한 151대로 집계됐다.
시 관계자는 “행락철이어서 미리 다른 곳과 계약된 버스들이 계속 빠져 나가고 있다”며 “노사 협상이 언제 타결될지 모르니 버스 계약도 당일치기로 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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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헤매는 임시 버스…시민이 길 알려줘”
전세버스 운전기사의 미숙한 노선 버스 운행도 배차 시간을 늘리는 원인 중 하나다.
타 지역에서 온 전세버스 기사의 경우, 이곳 지리가 익숙하지 않아 길을 헤매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기존 시내버스이면 1시간 걸릴 구간이 전세버스는 1시간 반~2시간 걸린다”는 게 창원시 설명이다.
한 시민은 “기사님이 길을 잘못 들어서 거기가 아니라고 말해준 적도 있다”고 했다.
창원 도심 외곽인 의창구 동읍에 사는 김모(36)씨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틀 전 엄마 가게에 일손을 보태려 마을버스를 타고 도심까지 나왔는데 1시간 넘게 기다려도 환승할 임시 버스가 오지 않아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귀가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게 무슨 생고생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난달 28일 오전 7시30분쯤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버스 정류소에 긴급 수송버스가 들어오자, 한 시민이 손을 흔들며 버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시내버스가 시내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인 창원에선 이날 노조 파업으로 첫 차부터 669대(95%) 시내버스가 운행을 멈췄다.
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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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노사 협상…파업 후 첫 사후조정도 결렬
사정이 이렇지만, 창원 시내버스 노사 협상 타결은 지지부진하다.
노사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반영 여부, 임금 인상 폭, 여름휴가비 인상, 정년 연장 등을 두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파업 이후 처음으로 노사는 지난달 30일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주관으로 사후조정에 돌입했지만 이마저도 결렬됐다.
이번 파업을 계기로 2021년부터 창원시가 도입한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준공영제는 지자체가 민간 버스업체의 경영을 일부 맡아 노선 설정 등에 개입하는 대신 적자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버스 업체에 적정 이윤을 보장하고 버스 기사 고용 불안을 해소해 시내버스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창원시 시 재정 투입액은 2021년 639억원에서 지난해 856억원으로 훌쩍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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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투입 준공영제 취지 무색…“창원시 적극 개입하라”
준공영제는 노사 모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지만, 창원에선 준공영제 도입 이후 2년에 한 번 꼴로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
2023년과 올해다.
‘준공영제가 결국 버스사 배만 불려주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창원시 시민의 소리 게시판에는 “세금이 투입되는 대중교통이 이래서 되나 싶다”며 “노조와 회사를 (양측의) 대표에게 맡겨 두지 말라. 창원시가 적극 개입하라”하란 글도 올라왔다.
창원 시내버스 파업...정류장 임시 시간표 보는 시민들 (창원=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경남 창원지역 시내버스가 파업에 돌입한 28일 오전 창원 성산구 시민생활체육관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임시 버스 시간표를 들여다보고 있다.
2025.5.28 jjh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창원시는 지난 30일 호소문을 통해 “노사 양측에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한다.
협상은 계속하되 버스는 달려야 한다”며 “노동자의 권리와 경영의 현실은 존중돼야 하지만, 그보다 더 우선 돼야 할 것은 시민의 삶과 이동권”이라고 밝혔다.
“임시버스 1시간 기다리다 포기”…닷새째 멈춘 창원 시내버스 역대 최장 파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