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이제 ‘코드 결제’의 시대로
최근 한국 금융가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역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다.
단순 디지털 자산을 넘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한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명목 화폐가 지닌 안정성’과 ‘탈중앙화된 암호화폐의 효율성’을 결합한 혁신적인 금융 도구다.
‘1코인=1000원’과 같이 한국 원화 가치에 고정되도록 설계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한 위험을 줄인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스테이블코인은 온라인이 아닌 블록체인 위에서 신뢰할 수 있는 교환 수단으로 사용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장점은 많다.
거의 실시간으로 저렴하게 돈을 주고받을 수 있어, 국경 간 결제에서 환율 변동 위험과 수수료를 줄인다.
이는 고비용 국제 결제 시스템, 기존 SWIFT 같은 시스템 잠재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명목 화폐의 독점적인 역할에 도전하며, 은행 같은 중간 기관 없이 대출·예치·투자 등이 가능한 탈중앙화금융(DeFi)과 같은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열어준다.
은행 개입이 없기에 전통 금융권보다 예치 수익률은 올라가고, 대출 이자는 훨씬 낮아진다.
블록체인 기반 분산 네트워크와 원화가 결합하면서, 원화의 글로벌 활용성이 커지고 메타버스 등 미래 가상 경제 생태계 활성화라는 새 기회도 열린다.
디지털 경제와 웹3(Web3) 시대 도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웹3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들이 데이터를 직접 소유하고 관리하는 탈중앙화된 인터넷 환경을 말한다.
특히 한국은 디지털 콘텐츠 소비와 게임 산업이 매우 발달한 국가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게임 아이템 구매나 K-팝 관련 상품 거래 등에서 원화가 중요한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나아가 한류를 타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세계인의 통화가 될 잠재력까지 갖추게 될 것이다.
스스로 결제하는 ‘프로그래밍 코인’ 계약 방식, ‘기관 신뢰’에서 ‘코드 신뢰’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이 더해지면 정말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미리 정해둔 조건이 충족되면 계약이 자동으로 실행되도록 프로그램된 ‘똑똑한 계약’이다.
덕분에 사람이 직접 확인하고 처리할 필요 없이 코인이 알아서 일을 처리한다.
혹자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모든 계약에 ‘스스로 실행될 수 있는 힘’을 부여하는 거대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스스로 움직이는 돈인 ‘프로그래머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된 자산’이 결합하면, 인류의 모든 경제 활동이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한다.
우리가 물건을 사고파는 방식과 계약을 맺는 방식이 모두 달라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모든 혁신이 그렇듯,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또 다른 위험 요소를 동반한다.
첫째, 통화 정책 유효성 저해 문제다.
만약 상당한 양의 화폐가 중앙은행의 직접적인 통제 범위 밖에서 유통된다면, 한국은행이 통화 공급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는 통화 주권 문제와도 직결된다.
둘째, 자본 유출과 외환 시장 변동성 증대다.
해외에서 발행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널리 사용될 경우, 자금의 국경 간 이동이 더욱 용이해져 대규모 자본 유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는 환율 변동성을 심화시키고 금융 안정성에 위협을 가할 수 있으며, 외환 규제 회피·탈세·자금 세탁 등 불법 활동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셋째, 기술·운영적 위험이다.
스마트 컨트랙트의 취약점과 해킹, 시스템 오류 등 블록체인 기술 자체 위험과 발행사의 운영 능력에 따른 리스크도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금융은 ‘명확하고 포괄적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신속히 구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안전하고 혁신적인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조성하고, 전통 금융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다각적인 준비가 필수다.
대장주 비트코인 오름세와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도 빠르게 진척 중이다.
비트코인은 최근 12만달러를 돌파하는 등 전고점을 경신했다.
(연합뉴스) “우리가 안 하면 다른 나라가 한다” 통화 주권의 위협 줄여…금리 인하 효과도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시중금리 인하’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안정성을 위해 발행량에 상응하는 안전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하는데, 발행사들은 준비금으로 한국 국고채나 통화안정증권 등 채권을 대량 매입해야 한다.
이러한 국고채와 통화안정증권에 대한 수요 확대는 해당 채권 가격을 끌어올리고, 채권 가격이 상승하면 채권 수익률인 금리는 반대로 하락한다.
이는 시중금리의 전반적인 하락으로 이어지고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춰 투자와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다.
더욱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면, 해외에서 발행된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먼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해외 발행사에 의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된다면, 통화 공급의 상당 부분이 중앙은행의 통제 밖에 놓이게 될 테다.
이는 한국의 통화 주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듯, 원화 스테이블코인 역시 한국이 아닌 해외 발행사에 의해 주도되면, 국내 금융 시스템이 해외 특정 발행사의 정책이나 안정성에 종속될 수 있다.
또한, 해외 발행 원화 스테이블코인 확산은 자금의 국경 간 이동을 더욱 용이하게 하여 대규모 자본 유출 위험을 키우고 외환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한국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기술 개발과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에 소극적이라면,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의 혁신 주도권을 다른 국가에 내주게 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의 디지털 금융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 자율성을 상실하고 글로벌 디지털 상거래에서 한국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경고는 결코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한국 금융 미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고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전통 금융권의 철저한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래를 선점하고 우리의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홍익희 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9호 (2025.07.23~07.29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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