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하루에도 서너 개 회의가 있다.
이슈별로 긴장감은 다소 다르지만, 회의의 궁극적 목적은 발생했거나 발생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부서장 회의도 그렇고 팀장 회의도 그렇고 대개 준비된 안건을 읽고 발표하는 수준이다.
미리 맞춰진 해결 방안을 중심으로 형식적인 의견 교환에 머무르고 있는 게 흔한 회의 모습이다.
이견을 가진 논의보다는 일방적인 지시와 단순 보고가 많다.
회의에서 참석자에게 의견을 물어보면 눈을 마주칠까 봐 고개를 숙이기 일쑤다.
질문을 하라고 해도 하지 않는다.
결국 회의 주관자가 대부분 시간을 채운다.
얼마 전 새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회의는 다소 달랐다.
기존 회의에서라면 미리 초안을 작성한 담당자가 발표하면 최고책임자가 결정 내리는 뻔한 순서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가장 연차가 낮은 참석자가 프로젝트 목적부터 과감하게 질문하더니 이후 너도나도 다양한 시각에서 질문을 이어갔다.
오늘 다들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많은 질문이 오가다 결국은 애초에 정해진 프로젝트가 아닌 전혀 다른 대안이 선정되었다.
질문이 새로운 물꼬를 튼 회의였다.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압박 질문이 화제다.
장관에게 이것저것 세세하게 현안을 물으니, 수동적으로 대통령 훈시를 받아쓰기하던 장관들은 고역이 따로 없다.
그야말로 실력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자리가 된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유임된 이유도 아마 대통령 질문에 응답하면서 순발력 있게 업무 실력을 발휘한 덕일 것이다.
어릴 때는 질문이 참 많다.
하나하나 다 호기심이고 재미라서 시시콜콜 물으면서 아이들은 큰다.
작은 거 하나 묻고 답하면서 지식을 넓히고 상대와 교류하는 법을 배운다.
그러다 학교에만 들어가면 질문은 중단된다.
정답만을 요구하는 20세기 교육이 아이들을 침묵하게 한다.
질문은 교사에 대한 도전이나 수업 방해로 인식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질문이나 토론 없이도 좋은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기술만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과거 관행이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학교에서는 교사가 가르칠 내용을 AI가 학생 맞춤형으로 개별적이고 집중적으로 일러준다.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해야 할 전략 수립의 밑바탕을 AI가 대신하게 되어 유능한 비서 몇 명의 효과를 가져온다.
AI 활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질문이 꼽힌다.
AI는 질문을 할 때마다 각기 다른 답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새롭게 학습을 해서 똑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새로운 답을 생성해낸다.
누가 얼마나 질문을 잘하느냐, 즉 질문의 질에 따라 새롭게 얻게 되는 해답의 질적 수준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목숨을 구할 방법을 단 한 시간 안에 찾아야 한다면 나는 올바른 질문을 찾는 데 55분을 쓰겠다”는 아인슈타인의 선견지명은 오늘날 현실이 되었다.
문제는 책임자다.
아직도 질문이 제기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고, 토론이 이루어지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라고 여기는 이가 많다.
교사는 질의하는 학생에게 면박을 주고, 팀장은 질문하는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이들이 바뀌어야 조직문화가 변한다.
책임자부터 질문을 반기고 토론을 피하지 말아야 진정한 AI 시대가 열린다.
장관에게 질문하는 대통령도 바람직하지만,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장관도 기대한다.
[장지호 사이버한국외국어대 총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9호 (2025.07.23~07.29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챗GPT에 하듯 책임자에게 질문을 [‘할말 안할말’…장지호의 ‘도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