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민주노동당 권영국·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5월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한 인물 중 김문수 후보를 실제로 돕는 사람은 안철수 의원과 한동훈 전 대표 정도다.
홍준표 전 시장은 미국 하와이로 떠났고, 대선이 끝난 이후에야 돌아오겠다고 공언했다.
흥미로운 점은 홍준표 전 시장을 ‘설득’한다며, 국민의힘이 일종의 ‘특사단’을 보낸 것. 물론 홍 전 시장이 보수 진영 내에서 갖는 위상은 상당하다.
하지만 의원 3명을 하와이로 보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의원 3명을 하와이로 보낼 여력이 있다면, 차라리 이들로 하여금 김문수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게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한덕수 전 총리 역시 움직이지 않고 있다.
김문수 후보 지지를 선언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5월 21일 저녁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한 전 총리와 얼마 전 함께 식사하면서 ‘그래도 당신이 국민의힘에 입당도 했고, 섭섭한 게 많겠지만 (김 후보를) 도와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한 전 총리가) ‘노(No)’했다”고 전했다.
한덕수 전 총리의 이런 태도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본인이 직접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라고 말했음에도,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은 있어야 한다.
한동훈 전 대표 역시 한동안 대선 유세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한 전 대표는 자체적으로 선거 유세를 시작했는데, 한 전 대표가 유세할 때 모이는 군중 규모가 김문수 후보의 선거 유세 규모를 능가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동훈 전 대표가 김문수 후보 유세 현장을 ‘깜짝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치에서 이미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문수 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가 손을 맞잡은 장면은 보수층과 중도층에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그림’이었다.
한동훈 전 대표 유세는 보수적 유권자, 특히 합리적 보수 유권자들을 움직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한동훈 전 대표가 유세 중 하는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판에 당연히 치중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이다.
얼마 전 윤 전 대통령은 이른바 부정선거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를 보는 것은 개인의 자유일 수 있지만, 보수 진영 입장에서 볼 때 지금은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자유’를 과시할 상황이 아닌 건 분명하다.
현재 민주당은 선거 구도를 ‘내란 옹호 세력’ 대 ‘헌정 질서 수호 세력’의 대결로 이끌어가려 하는데, 이를 인격체로 치환하면 ‘이재명 후보 대 윤석열’의 구도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꾸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 민주당의 이런 선거 구도가 더욱 공고해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제 중도나 중도보수, 혹은 합리적 보수층이 민주당의 이 같은 선거 구도에 공감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탄핵 반대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얼버무리고 있는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훈 전 대표의 ‘활약’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부정선거 관람하는 행위) 그럴 거면 탈당이 아니라 민주당으로 가라”라고 말하거나 “김문수 후보께 요청한다.
부정선거 음모론과 확실하게 선을 그어달라. 윤 전 대통령 부부와 확실하게 절연해달라”라고 발언했다.
이는 친윤계가 갖는 인식이 국민의힘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더구나 한동훈 전 대표는 자신의 안위에 대한 위험을 무릅쓰고 계엄 해제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도 분명한 찬성 입장을 견지한 인물이다.
이런 한 전 대표의 일관된 정치적 방향성은 중도보수 혹은 합리적 보수, 그리고 중도층의 이념 성향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래서 한 전 대표의 이런 ‘활동’은 김문수 후보 지지를 주저하는 중도층 혹은 중도보수층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고 있다.
둘째, 한동훈 전 대표가 이런 발언과 행동을 함으로써 일반 유권자의 관심을 끌 수 있고, 국민의힘에 생동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만 보일 뿐 역동성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국힘은 한동훈 전 대표 활약으로 민주당의 이런 모습과는 대조적인 상황을 연출하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비판을 가하지만, 김문수 후보를 ‘간접적’으로 ‘본의 아니게(?)’ 돕는 인물이 또 있다.
바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 간 단일화는 물 건너간 것 같다.
다만 국힘은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은 것 같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비서실장인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지난 5월 27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본 투표 마감일인 6월 3일 직전까지도 어떻게든 단일화는 기대하고 있어야 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만일 6월 2일에 단일화가 이루어진다면, 사전 투표에서 이준석 후보를 선택한 표는 모두 무효표로 처리된다.
이렇게 되면 대혼란이다.
이 때문에 단일화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이유로 이준석 후보를 탓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비난 혹은 비판은 정치의 표면만 보고 더 깊은 내적 논리는 보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준석 후보는 일종의 ‘저수지’ 역할을 했다.
저수지는 물을 가둬두었다 필요할 때 물을 흘려보내 가뭄에도 농사를 망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준석 후보는 한동훈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계엄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탄핵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또한 한동훈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이준석 후보 역시 친윤계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박해’를 받은 인물이다.
이런 배경을 가졌기에 탄핵에 대한 입장이 불분명한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를 지지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재명 후보도 탐탁하게 생각지 않는 유권자 지지를 흡수할 수 있었다.
실제 이준석 후보 지지층 중에는 중도보수 유권자도 존재하지만, 비명(非明) 성향 민주당 지지자도 혼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준석 후보가 없는,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간 양자 대결 구도였다면, 아마도 김문수 후보는 더욱 고전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이재명 후보에 대해 호감을 갖지 않는 비명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이 김문수 후보를 선택하기보다 이재명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사이 격차는 더욱 컸을 것이고, 아예 투표를 포기하는 보수 유권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이 정도로 김문수 후보가 선전할 수 있는 이유는, 따지고 보면 이준석 후보의 존재 덕분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2호 (2025.06.04~2025.06.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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