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이진숙 교육장관 지명 철회
강선우 여성장관은 임명 강행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장관 후보자로선 첫 낙마 사례다.
‘보좌진 갑질 의혹’이 불거졌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임명할 계획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여권 내에서 두 사람에 대한 사퇴 요구가 동시에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 지명 철회를 선택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며 고심을 계속했다”며 “그 결과 이진숙 후보자 지명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 수석은 이 대통령이 강선우 후보자를 임명할 계획인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며 “지금 현재 임명되지 않은 11명의 장관 후보자 중에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만 철회했다”고 했다.
이진숙 그동안 이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 19명 중 17명의 국회 인사 청문회가 끝났다.
이 대통령은 17명 가운데 이미 6명을 임명했고, 이진숙 후보자를 뺀 남은 10명도 임명할 예정이다.
이·강 후보자는 민주당 내부와 친여 단체들로부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과 함께 사퇴 요구를 받았다.
우 수석은 이 후보자만 지명 철회한 이유에 대해 “자세한 배경 설명은 전달받지 않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부담과 이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결국 현역 국회의원인 강 후보자를 살리기로 결정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결정에 앞서 지난 19일 오후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공개로 만났다.
송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진숙·강선우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했지만 이 대통령은 명확한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이진숙 후보자를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뒤 21일 만에 지명 철회를 결정했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이날 “(대통령이) 그동안 제기돼 왔던 많은 문제들, 그것에 대한 해명,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여러 의견을 다양한 통로를 통해 충분히 경청했고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충남대 총장을 지낸 이 후보자는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을 설계한 것 등을 인정받아 장관에 지명됐다고 알려져 있다.
그와 함께 민주당 내에서 충청 지역 의원들의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된 배경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이 “그냥 덜컥 온 거죠. 맞죠?”라고 묻자 “네, 맞습니다”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에 대해선 장관 지명 직후 제자 논문을 수차례 표절했다는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의무 교육을 마치지 않은 자녀를 외국에 유학 보내 초·중등교육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였다.
전교조 등 친여 단체들이 “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사퇴를 압박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국회 인사 청문회에 출석해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강 후보자를 둘러싸고 ‘갑질’ 논란이 있었지만,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20일 이재명 대통령이 강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뉴스1 강선우 후보자 역시 ‘보좌진 갑질 의혹’으로 이 후보자 못지않은 사퇴 요구를 받았다.
언론이 제기했던 ‘갑질 의혹’의 상당 부분은 보좌진 등 민주당 내부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여권 내에서도 “여론이 좋지 않다.
두 사람 모두 위험하다”는 말이 나왔다.
“강선우는 살려야 한다” “이진숙만 버리면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등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특별히 결격에 이를 정도의 문제는 없다”며 두 후보자를 모두 임명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이 대통령은 이날 이 후보자는 지명을 철회하고 강 후보자 임명은 강행하는 결정을 내렸다.
정치권에서는 “강 후보자는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권에서는 “강 후보자를 낙마시킬 경우 ‘청문회 현역 불패’가 깨진다”며 “버텨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현역 의원을 낙마시키면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며 “이는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지명한 19명의 장관 후보자 중 8명이 현역 의원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우상호 정무수석은 이날 “장관 후보자의 거취와 관련해 그분이 국회의원인지 아닌지가 주요한 고려 사항은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시켜 드린다”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선 당시 강 후보자의 공로 등 개인적 인연 때문에 이 대통령이 강 후보자를 살렸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강 후보자가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의 TV 토론을 전담하고 외신 인터뷰를 주선하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한다.
강 후보자가 지난 2023년 당시 당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단식 투쟁하는 현장에서 이 대통령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영상이 이번에 온라인상에서 퍼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민주당 박상혁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진숙 후보자 지명 철회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더는 국정 발목 잡기에 나서지 말고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선우 후보자에 대해선 “청문회에서 필요한 것들에 대해 충분한 사과와 소명이 있었다고 본다”며 “인사 관련된 것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게 최고위원들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강 후보자 임명 방침에 대한 민주당 내부 반발이 사그라들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민보협(민주당 보좌진협의회) 역대 회장단이 강 후보자 자진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19일에는 한 지도부 의원실 보좌진이 “약자에게 군림하는 사람이 장관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실명으로 강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국민의힘은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은 “이재명 정부의 오만과 독선이며 국민 눈높이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반발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자신을 극진히 모신 강 후보자에게 현역 의원 첫 낙마라는 오명을 씌우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냐”고 했다.
‘표절’은 쳐내고 ‘갑질’은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