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총리. AP뉴시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20일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당초 목표했던 과반 달성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되며 궁지에 몰렸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이시바 정권에 있어 이번 선거는 ‘중간 평가’ 성격이 짙었다.
당장 야당에서 총리 퇴진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새 정권 구성을 위한 각 진영 간 ‘합종연횡’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한 달 반 만에 일본 정국의 불투명성이 짙어지며 향후 한일 셔틀외교 재개 등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일본인 퍼스트’ 참정당 약진 등에 발목 잡힌 이시바 이날 투표 종료 후 발표한 NHK방송 출구조사 결과(오후 8시 기준)에 따르면 이번 선거 대상이었던 총 125석 가운데 자민당, 공명당 연립여당은 32~53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NHK는 이시바 총리가 목표로 한 50석 확보는 사실상 어렵다고 진단했다.
아사히신문도 출구조사를 통해 “자민, 공명 연립여당의 의석수가 40석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50석 확보가 미묘하다”고 했다.
이시바 정권이 선거를 앞두고 부각된 쟁점 사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민심이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米國·일본식 표기)과의 관세 협상 조기 타결과, 지난해 여름부터 폭등한 쌀(米)값을 잡는 것에 선거 승패가 달렸다며 ‘두 개의 쌀(米)에 정권의 운명이 걸렸다’는 말도 돌았지만,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 실제로 일본은 7차례에 걸쳐 미국과 관세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또 정부 비축미를 풀어 쌀값 급등세를 일정 부분 진정시켰지만, 물가 부담은 여전하다.
반면 NHK는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운 강경 보수 성향 참정당이 최소 10석, 많게는 22석을 가져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참의원에서 입법을 하기 위한 최소 의석수는 10석인데, 이번 선거로 참정당은 단숨에 단독 입법이 가능한 의석수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카미야 소헤이(神谷宗幣) 참정당 대표는 20일 “당의 조직을 다시 한번 다져 다음 중의원 선거에도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 국정 운영에 본격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2028년 중의원 선거에도 돌풍을 일으켜 새 정권을 창출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기존 참정당은 참의원 2명, 중의원 3석의 소수 정당이었다.
보수 성향 야당인 국민민주당의 약진도 눈에 띈다.
NHK 출구조사에 따르면 국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14∼21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돼, 기존 의석(5석)을 합하면 20석 내외 참의원을 확보하게 됐다.
일본 도쿄 참의원선거 투표소. AP/뉴시스 ● 향후 정국 불투명, 韓日 셔틀외교 지연 가능성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자민당 간사장은 20일 NHK의 개표 방송에서 “엄격한 선거라고 생각했지만, 더 엄격한 결과가 나왔다”며 “어떤 형태로 책임을 질 것인지는 이시바 총리와 잘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시바 총리가 자진 사퇴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총리가 퇴진하지 않더라도 여소야대 심화로 향후 입법 과정에서 일일이 야당에 협조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돼 국정 동력은 약해질 전망이다.
이에 여야에서 새 정권 구성을 놓고 협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새 총리를 사실상 결정짓는 중의원(총 465석)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은 220석 확보에 그쳐 과반(233석)을 얻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런 가운데 야당인 입헌민주당(148석), 일본유신회(38석), 국민민주당(27석) 등이 합종연횡해 정권 교체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새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에서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44) 농림수산상,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64) 관방장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 전 경제안보상 등이 거론된다.
야권에선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68) 대표,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56) 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마키 대표는 보수, 진보 양쪽 모두와 연합 가능성이 점쳐져 향후 정계 개편의 ‘캐스팅 보트’로 꼽힌다.
일본의 정계 개편 작업은 최소 한 달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이 경우 정상 간 외교 활동에도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이어진 한국의 탄핵 정국으로 멈춰 섰던 한일 정상 외교가 일본의 정계 개편 작업이 본격화될 경우 다시 지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두 쌀(米)에 대응 실패, 민심 돌아섰다…이시바 퇴진요구 거세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