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관세 부과 영향 본격화되기 전 추가 인상
美 철강 수요 위축, 수입산 경쟁 심화 우려도
내수침체·中 저가공습에 일부 韓공장 셧다운
美 철강업 가동률 75%…수입산 대체 한계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국내 철강업계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철강 관세 50% 인상 발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무관세 쿼터제를 폐지하고 모든 철강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한 지 석 달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추가 인상을 예고한 것이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는 내수 부진과 중국산 저가 공세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관세 인상까지 겹치며 업계 전반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5월 美철강재 수출 6.7% 줄어
1일 한국무역통계정보포털(TRASS)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재 수출량(잠정치)은 13만8673톤(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만7934t)보다 6.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난 3월 시행된 25% 관세 부과 영향이 본격화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미국의 보편관세 공표 후 철강 수출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은 일반적으로 시행 이후 2~3개월 뒤부터 본격화된다”며 “최근 수출 감소는 관세 영향보다는 지난해 수출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철강 수요가 위축되고, 수입산 제품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국산 철강재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50% 관세 인상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미국 내 철강 유통 가격은 30%가량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로 인한 수입가 상승이 전체 시장 가격을 끌어올린 것이다.
이는 결국 수입 감소와 함께 전반적인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범용 철강 제품의 경우 이러한 부정적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美공급망 충격…강행 여부 촉각
더욱이 현재 우리나라 철강 내수 시장은 오랜 침체에 빠져 있다.
제조업과 건설업 경기 둔화로 철강재 수요가 크게 줄었고,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대거 유입되며 국산 제품은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다.
결국 생산할수록 오히려 손해가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몇몇 업체들은 아예 공장 가동 중단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최근 동국제강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220만t 규모의 인천 철근 생산 공장을 한 달간 전면 가동 중단키로 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현대제철 역시 인천 철근 공장 가동을 한 달간 멈춘 바 있다.
지난해에는 포스코가 포항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을 잇따라 폐쇄했다.
이처럼 철강업계는 대내외 악재가 겹친 복합 위기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인상 발표까지 더해지며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개별 기업들이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50%의 관세율이 미국 공급망에도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강행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기준 미국 철강업의 가동률은 74.9%로, 미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가동률 수준인 80%는 물론 지난해 5월 가동률 76.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곧 수입산을 대체할만한 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소재산업환경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관세 인상 발표는 정책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한국 철강업계는 수출 물량 감소와 수요 위축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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