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초의 현대미술 사립 미술관인 ‘아트4.ru’의 과거 전시 전경. 지난해 폐관했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러시아 사립 미술관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탄압과 민족주의 확산 속에 존폐 위기에 놓였다.
서구 문화 편입의 상징이었던 사립 미술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반체제 예술에 대한 거센 압박을 받으면서 생존이 위태로워진 것이다.
20일 미술 전문지 아트뉴스페이퍼에 따르면, 러시아 최초의 현대미술 사립 미술관 ‘아트4.ru’은 전시 개막 전 민족주의자들의 습격 이후 지난해 폐관했다.
2019년에는 대표적인 사립 미술관 중 하나였던 ‘러시아 리얼리즘 미술 연구소’가 문을 닫았다.
설립자 알렉세이 아난예프는 횡령 혐의로 지명수배된 채 도피 중이며, 자산은 국유화됐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은 아난예프의 혐의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5년 전 수배를 해제했으나 러시아 당국의 수배는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
2008년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다샤 주코바가 설립한 ‘개러지 현대미술관’ 역시 보안당국의 압수수색과 극우 세력의 항의 방문을 받았다.
전시 중단을 선언했던 방침을 번복하고 최근 소장품 전시에 나섰다.
러시아 4대 부호이자 가스 재벌인 레오니드 미헬손이 2021년 개관한 ‘GES-2 문화공장’은 디렉터 사임과 잇따른 인력 이탈 속에서 겨우 전시를 열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 재벌 출신 보리스 민츠가 세운 ‘러시아 인상주의 미술관’은 창립자가 영국으로 도피한 뒤 새 후원자 아래 운영 중이다.
민츠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을 “비열한 인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러시아 최대 현대미술 사립 미술관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라르타’(Erarta)는 국회의원 세르게이 미로노프의 공개 비난에도 불구하고, 지역 문화계의 지지를 받으며 근근이 존속 중이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러시아 재벌들은 해외 유수 사립 미술관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불볍 합병 이후에도 예술계 인사들은 2015년 개러지 현대미술관 개관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탄압이 시작됐다…러시아 사립 미술관 ‘생존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