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 5월 대미 車수출 32%↓
4월 수출감소율보다 12.4%p 웃돌아
재고로 버텼지만 소진 시 가격인상 불가피
판매저하→수출감소 악순환 우려
대미수출 85%인 한국GM철수설도 불거져
“미정부와 관세합의 말고는 방법 없어”
[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여파가 국내 완성차의 수출 지표에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큰 폭의 수출 감소율을 보이면서다.
관세 인상 전 미 현지 재고를 소진하면서 버텨왔던 국내 업체들은 곧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럴경우 가격인상과 판매감소로 이어져 수출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62억달러로 나타났다.
특히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은 18억4000만달러로 32.0%나 줄었다.
경기도 평택항 내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헤럴드DB] 이는 트럼프 자동차 관세가 발효됐던 지난 4월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 감소율(19.6%)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관세 여파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대미 자동차 수출 감소의 직접적 원인은 트럼프 정부의 차 관세 부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지난달부터는 자동차 부품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일단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현지 재고 소진에 집중하고, 미국으로의 수출량을 줄였다.
경기 평택항 내 수출전용부두 모습 [헤럴드DB] 현대차와 기아, 한국GM의 대미 수출 비중이 지난해 기준 각각 54%, 28%, 85%에 이르는 상황에서 2∼3개월에 불과한 현지 재고분에 의존할 수 있는 시기는 이제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현지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동시에 가격 인상도 조심스레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33만대)과 기아 조지아공장(35만대)을 풀가동하고, 최근 준공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연산 규모를 50만대로 늘려 현지 생산 대수를 작년 미국 판매량(171만대)의 7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HMGMA 근로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한국GM의 경우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장기간 유지될 시 철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열린 제41차 번스타인 콘퍼런스콜에서 관세에 따른 한국사업장 전략 변화에 대해선 “조금 더 두고 보는 접근(wait-and-see approach)을 하려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한국은 미국의 주요 파트너로 남을 것이고, 이는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 제기된 한국GM 철수설과 달리 모그룹인 GM은 한국에서 생산되는 차종의 생산과 수입에 즉각적인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GM 한국사업장 부평공장 전경 [연합] 이러한 발언에도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GM 자산 매각 결정으로 인해 철수설이 더 힘을 더 얻었지만, 미국 현지에서 한국 생산 차종의 판매 비중이 높아 쉽사리 (그러한) 결정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고소진에 따른 가격인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모든 모델의 권장 소매 가격을 1%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여파 흡수를 위해 가격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현지 판매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자동차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11.4% 감소해 연간 기준 8%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관세 장기화 시 피해는 완성차업체뿐만 아니라 부품업체까지 확산할 수 있어, 미국과 자동차 관련 합의를 반드시 끌어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5월 수출입 동향에서 미국으로의 자동차 부품 수출은 작년 같은 달 대비 8.3% 줄어든 4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곧 재고소진 되는데”…트럼프 관세에 국내 완성차 발동동[여車저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