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 물가 상승률 1→ 4%대로 치솟아
“새 정부 출범 후 물가 상승세 지속…최우선 민생과제”
지난 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주요 가공식품. [연합]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는 모양새다.
식품기업들이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다.
서민음식의 대표 격인 라면부터 커피 믹스 등 주요 가공식품 가격도 적잖이 올랐다.
올해 1분기 서민 소득이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압박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오던 식품업체들은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의 혼란기에 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의 가공식품 물가 관리 노력은 ‘관치’라는 볼멘소리에도 어느 정도는 성과가 있는 듯했다.
하지만 탄핵 정국에서 이어진 기업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은 고삐 풀린 듯했다.
가격 인상 사례는 지난 1월과 2월에 이어 3월 이후 부쩍 늘었고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둔 최근까지도 끊이지 않았다.
제품 가격을 올린 기업 관계자들은 1일 “새 정부 출범 직후에는 가격 인상이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동서식품은 대선 나흘 전인 전날 국내 믹스커피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한 맥심 모카골드 가격을 9% 올렸다.
지난해 11월 9.5% 올린 데 이어 6개월밖에 되지 않아 또 가격을 인상한 것이다.
모카골드 믹스(180개) 제품은 대형마트 가격이 약 3만5000원으로 6000원가량 올랐다.
롯데웰푸드도 8개월 새 과자와 아이스크림 수십개를 두 차례 인상하면서 빼빼로 2000원 시대를 열었다.
크런키 가격은 40% 넘게 뛰었다.
농심은 라면과 스낵에 이어 이날 스프 가격도 인상했다.
빙그레는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올리고 두 달 만에 요플레 등 발효유 제품을 또 올렸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진화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최근 사흘 연속 설명자료를 내고 “식품업계의 대선과 맞물린 가격 인상은 명확한 근거가 없다”며 “물가 관리가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반박하고 정부와 업계가 인상 품목과 폭,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상승폭은 더욱 가파르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주요 가공식품 가격은 최근 1년 새 적잖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소비자가 많이 구매하는 식품 34개 품목 중 24개의 가격이 1년 전보다 평균 7.1% 올랐다.
품목별 상승률은 맛살 가격이 50%로 가장 높았고 커피믹스 34.5%, 고추장 25.8%, 콜라 22.6%, 컵밥 22.2%, 카레 18.0% 등의 순이다.
이 밖에 참기름(13.3%), 즉석 죽(13.2%), 간장(12.4%) 등도 10%대의 높은 가격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달과 비교하면 커피믹스 가격이 14.4% 뛰었고 햄이 8.9%, 소시지 6.4%, 카레·컵라면 각 4.3% 등의 상승 폭을 보였다.
이 같은 가격 동향은 소비자가 대형마트와 같은 일선 유통 채널에서 제조사 출고가 인상이나 유통업체 할인행사 등을 반영한 실구매가격의 움직임을 집계한 것이다.
지난 4월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가공식품값이 4.1%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률(2.1%)을 훨씬 상회하면서 전체 물가를 0.35%p 끌어올렸다.
2023년 12월(4.2%) 이후 16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에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가장 시급하게 신경 써야 할 과제로 ‘물가 안정’을 꼽는 목소리가 적잖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6명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 민생 과제로 지목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추진할 정책으로는 ‘농축산물·생필품 가격 안정(35.9%)’이 가장 많이 꼽혔다.
다만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물가 상승세가 꺾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내 월급 빼고 다 올랐다” 라면 등 줄인상에 못 살겠다 ‘아우성’…이러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