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명한 ‘지니어스 법(GENIUS Act)’은 미국 최초의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이다.
발행 조건과 공시 의무 등을 명시한 규제법 형태지만, 실상은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공식화 선언’에 가깝다.
낮은 수수료와 빠른 송금 속도 덕분에 사용이 급증했지만, 관련 법적 틀이 미비한 스테이블코인에 법적 지위를 처음 부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법을 밀어붙인 주역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하원에서 절차 표결이 부결되자 반대표를 던진 의원 11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설득에 나섰고, 마침내 본회의를 통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미 국채 수요를 늘려 금리를 낮추고 수세대 동안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했다.
지니어스 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때 달러 또는 미 국채를 1 대 1 담보로 마련하도록 의무화했다.
시장점유율 2위인 USDC(서클)는 이미 자산의 80~90%를 미 단기 국채로 채우고 있다.
시장이 커질수록 스테이블코인은 미 국채를 대량으로 소화해주는 ‘효자 노릇’을 한다.
사실상 국채 기반의 ‘디지털 달러’가 돼 달러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다.
“어쩌면 이건 인터넷 탄생 이후 금융기술에서 일어난 가장 위대한 혁명”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찬 속에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처음으로 4조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달러를 무제한 푸는 구조를 만들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이는 국채 금리 상승을 초래해 정부의 이자 부담을 키우고, 이를 메우기 위한 국채 추가 발행이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자산 가격 버블과 소비자물가 상승이 동반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중앙은행은 재정 부담 때문에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속수무책의 상황, 이른바 ‘재정 지배’(fiscal dominance)라는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트럼프가 베팅한 스테이블코인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냉정하고 면밀하게 따져봐야 할 상황이다.
[천자칼럼] 스테이블코인과 달러 패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