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거래소는 무한경쟁 중
IPO로 관치금융 그늘 벗어나야
최만수 증권부 기자
코스피지수가 올해 3100을 넘어 전 세계 수익률 1등을 달리고 있지만 한국거래소(KRX)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시대를 공약하고 정치권이 자사주 의무 소각 등 증시 활성화 법안을 추진 중이지만 가장 바빠야 할 거래소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거래량이 늘면 잔치라도 벌여야 할 텐데, 거래소 직원들은 오히려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지난 3월 출범한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NXT)가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며 한국거래소의 독점 체제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조직 개편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무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거래소는 33개 증권사와 금융회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세운 민간기업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미운털’이 박혀 2009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2015년 공공기관에선 해제됐지만 여전히 공직유관단체로, 현안마다 금융위 ‘결재’를 받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작년 초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내놨을 때도 그랬다.
‘K금융 세일즈맨’을 자처한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뉴욕과 런던에서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밸류업 정책을 홍보하는 동안 거래소는 금감원의 들러리만 섰다.
한국 정부와 정치권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일본 밸류업 프로그램을 일본증권거래소(JPX)가 주도하는 것과 딴판이다.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한국거래소의 경쟁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거래소는 아직도 주식거래 수수료 등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3년 사이 35% 이상 쪼그라들었다.
당기순이익은 비슷한 규모의 런던거래소나 프랑크푸르트거래소의 10분의 1 수준이다.
매번 반복되는 금융위, 금감원 출신 ‘낙하산 이사장’은 관치금융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적극적인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글로벌 거래소들과 정반대다.
한국거래소가 금융위의 그늘과 ‘반민반관(半民半官)’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려면 지주회사 전환과 IPO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홍콩 등 글로벌 거래소들은 일찌감치 상장한 뒤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전통 자본시장에서 벗어나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토큰증권(STO) 등 신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선 IPO를 통한 자본 확충이 필수다.
코스피 5000시대와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 거래소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입김보다 자본시장과 상장기업,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구조 변화를 기대한다.
[취재수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