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군장대 총장
초고령화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대한민국 해안선을 덮치고 있다.
더 절망적인 것은 이 재난을 막아낼 방파제가 위태롭다는 사실이다.
현장을 지키는 요양보호사들마저 자신의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의 빈자리를 채울 젊은 피 수혈은 사실상 멈췄다.
2027년 약 8만 명에 가까운 요양보호사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경고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예측이 아니라 다가오는 내일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양성할 대학을 선정하는 정책은 우리 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시급하고 현실적인 수혈 방안이다.
돌봄 골든타임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뛰어난 명의와 첨단 수술법이 있다고 해도 수혈이 지체된다면 무의미하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출항할 수 있는 우리의 ‘쾌속정’은 어디에 있는가. 그 답은 수십 년간 우리 사회의 고등직업교육 최전선을 지킨 전문대다.
그들은 거대한 항공모함이 가질 수 없는 쾌속정만의 세 가지 강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기동성이다.
전문대학은 현장 수요 변화라는 파도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그에 맞춰 실무 중심 교육의 방향을 신속하게 조정한다.
산업 현장과 함께 호흡하는 교수진은 기업 요구를 다음 학기 교육과정에 즉각 반영하며 교육과 현장 간 ‘지연 시간’을 없앤다.
이처럼 현장의 작은 변화 하나하나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놀라운 기동력이야말로 그 어떤 교육 시스템도 따라올 수 없는 전문대의 첫 번째 무기다.
둘째는 뚜렷한 목적성이다.
쾌속정이 탐색, 지원 등 명확한 임무에 최적화돼 있듯 전문대의 모든 항해는 ‘졸업 후 현장 투입’이라는 하나의 지점으로 분명하게 수렴된다.
학문적 탐구나 진학이라는 여러 항로를 탐색하기보다 실무 진입이라는 핵심 목표에 모든 것을 집중하기에 교육과 현장의 간극은 필연적으로 좁혀질 수밖에 없다.
이 뚜렷한 목적성이야말로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이라는 이번 임무를 완수할 가장 확실한 나침반이다.
마지막으로 운영의 효율성이다.
거대한 항공모함이 움직이기 위해선 막대한 자원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쾌속정은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 효과를 낸다.
전문대의 교육 모델이 그렇다.
2년이라는 압축된 시간과 합리적인 비용으로 현장 전문가를 길러내는 시스템을 수십 년간 갈고 닦았다.
이는 유학생에게는 빠른 사회 진출을, 국가 전체에는 시급한 인력난을 가장 경제적으로 해소하는 최적의 솔루션이다.
지금은 주어진 임무에 가장 적합한 도구를 선택하는 전략적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며 전문대가 가진 기동성, 목적성, 효율성은 이 과업을 위한 가장 날카롭고 확실한 해법이라고 자부한다.
전문대는 이를 단순한 기회가 아니라 국가적 위기 극복에 동참하는 시대적 소명으로 받아들이며 모든 준비를 마쳤다.
돌봄의 최전선에, 이 일을 가장 잘 해낼 ‘준비된 전문가’의 돛을 올려야 할 때다.
[기고] 돌봄 위기 돌파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