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암학회 ASCO
J&J 항암제와 병용 투여 2상
사전 관리하니 부작용 38% 그쳐
대화제약, 경구 항암제 3상 발표
주사제와 생존기간 차이 없어
지난 5월 30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25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참석자들이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세계 제약·바이오 관계자 4만여 명이 참가했다.
김유림 기자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2025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다시 한번 세계 제약·바이오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피부 부작용을 줄이는 임상시험 결과에서 치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피부 질환 발생률 38%P 낮춰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은 31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ASCO에서 자체 개발한 표적항암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렉라자 병용 요법의 임상 2상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이 임상은 두 약물의 병용 요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인 피부 질환을 사전에 관리하는 전략이 실제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설계됐다.
포스터 발표자로 나선 환자이자 권익 운동가 질 펠드먼은 “이런 임상 데이터가 함께 제시될 때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 의학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발표에 따르면 피부 사전 관리 전략(DM)을 적용한 신규 환자군에서 중등도(Grade 2) 이상 피부 부작용 발생률이 38.6%로 나타났다.
기존 표준 환자군(76.5%)과 비교해 37.9%포인트 낮은 수치다.
피부 발진, 손발톱 감염 등 개별 증상 항목에서도 DM군 발현 비율이 30~50%로 낮았다.
환자 삶의 질을 반영한 항목에서도 DM군이 우월한 결과를 보였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은 글로벌 3상 결과에선 전체생존기간(OS)이 경쟁 약물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를 1년 이상 앞서며 주목받았다.
다만 피부 부작용 발생률이 높다는 점은 실제 치료 지속성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전문가들은 이 연구가 렉라자와 아미반타맙 병용 요법의 채택률을 높이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CRO가 다국가 임상 주도 대화제약은 ASCO에 참가한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구두 발표 세션에 선정됐다.
대화제약은 항암주사제 파클리탁셀을 경구용으로 개량한 리포락셀의 다국가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했다.
파클리탁셀은 난소암, 유방암, 폐암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항암제로 정맥주사로 투여한다.
리포락셀은 이를 경구용으로 전환해 복용 편의성과 부작용 관리를 개선했다.
인간표피성장인자수용체 2형(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 54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리포락셀은 파클리탁셀 대비 암이 진행되지 않고 생존하는 기간인 무진행생존기간(PFS)과 OS에서 모두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다만 암이 30% 이상 줄어든 것을 뜻하는 객관적 반응률(ORR)과 암이 줄거나 더 이상 자라지 않는 환자를 뜻하는 질병조절률(DCR)은 리포락셀이 더 우수했다.
이번 대화제약의 다국가 임상 3상은 국내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씨엔알리서치가 중국, 유럽 등에서 직접 수행했다.
다국가 임상시험은 의료, 규제, 데이터, 운영 등 다양한 조직과 전문가가 국가별로 유기적으로 협업해야 가능한 고난도 작업이다.
그간 글로벌 CRO의 전유물로 여겨져온 다국가 임상을 국내 CRO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는 한국의 임상시험 산업 역량을 세계에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제이인츠·에이비온도 ‘주목’ 국내 바이오기업 제이인츠바이오는 4세대 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JIN-A02’를 공개했다.
기존 3세대 폐암치료제(타그리소) 내성의 주원인인 C797S 변이를 타깃하는 약물로, 현재 임상 1상 중이다.
김춘옥 제이인츠바이오 연구개발총괄 사장은 “JIN-A02가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항암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며 “뇌 전이 병변까지 반응을 보이는 점에 다국적 제약사들이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에이비온은 폐암 신약 바바메킵과 렉라자 병용의 안전성과 효능을 단계적으로 평가하는 임상 2상 현황을 발표했다.
에이비온은 이 병용 요법을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다.
시카고=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국산 신약 렉라자, 부작용 절반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