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도 OTT도 '탈출' 열풍
Z세대 공략 비결은
2주간 3000여명 몰린 방탈출 팝업
방문객들, IP 세계관에 '몰입' 경험
기존 팬뿐만 아니라 신규 유입 '쑥'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 PNSFP에서 쿠키런 세계관을 테마로 한 방탈출 체험형 전시 '쿠키런: 브레이크 이스케이프 - 바삭한 탈출' 사전 체험에 기자단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방문이 닫힌다.
어두컴컴하다.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5초가 지난 후에야 방 안의 집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벽 곳곳에는 글씨가 쓰여있다.
읽으려는 찰나 벽 한쪽에 설치된 TV에 불이 들어온다.
그리고 들리는 앳된 목소리. "탈출하게 도와줘!" 1일 업계에 따르면 Z세대를 공략하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방탈출'이 떠오르고 있다.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불리는 성수에서 이달 진행된 방탈출 형식의 팝업스토어만 3곳. 게임사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보험사까지 방탈출을 통해 회사의 지식재산권(IP)을 강조하고 나섰다.
기업이 마케팅 수단으로 방탈출에 주목하는 이유는 '능동성'에 있다.
방탈출에는 서사가 필요하다.
왜 갇혔고, 어떤 목적을 이뤄야 방을 탈출 할 수 있는지 참여자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홍보하고자 하는 IP의 세계관을 활용하게 된다.
참여자들은 거부감 없이 방탈출이 전하는 세계관에 녹아들며 IP를 체화하게 된다.
기존의 제품 판매 위주로 구성된 팝업스토어는 참여자를 소비자로만 존재하게 만든다는 한계가 있었다.
IP가 담긴 굿즈를 판매하는 식으로 코어 팬층을 만족시키는 효과도 낼 수 있지만 이는 신규 유입자 입장에서 볼 때 단순히 IP를 노출시키는 것에 그치기 쉽다.
반면 방탈출은 IP 세계관을 모르던 이들도 방을 탈출하게 하며 자연스럽게 IP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나인퍼즐 방탈출 팝업 참여자가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사진=네이버 블로그 갈무리 성수동에서 열린 디즈니플러스의 나인 퍼즐 팝업이 대표적이다.
디즈니플러스는 나인 퍼즐이 추리 장르 드라마라는 점을 활용했다.
참여자에게 드라마 속 강령계 형사 역할을 부여해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미션을 제공했다.
실내는 물론 성수동 거리 곳곳에 설치된 QR코드로 살인사건 해결 힌트를 남겨 성수동 일대를 야외 팝업 공간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12일 간 오픈형 미션이 담긴 나인 퍼즐 팝업에만 약 3000명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주말 예약은 100% 매진을 기록했고 주중을 포함해 90%가 높은 예약률을 보였다.
소셜미디어(SNS)에선 "진짜 수사를 하는 느낌이었다", "단서 하나하나가 현실적이라 나중에는 완전 몰입해 있더라"라는 반응을 보였다.
게임사인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IP를 활용해 지난 28일부터 3달간 성수에서 방탈출 팝업스토어를 연다.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에서 '쿠키런: 킹덤'까지 이어지는 원천 스토리를 방탈출에서 공개한다.
오븐을 탈출한 '용감한 쿠키'가 마녀의 성에 갇혔다가 도달한 곳이 마침내 킹덤이었다는 설정이다.
데브시스터즈 관계자는 "코어 팬층과 1030세대를 겨냥하기 위해 방탈출로 팝업스토어를 기획했다"며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LG전자 또한 방탈출을 활용해 'LG 그램 프로'을 홍보한 바 있다.
LG전자는 IP 세계관이 없는 대신 노트북을 방탈출의 핵심 도구로 활용했다.
방을 탈출하기 위해선 반드시 LG 그램 프로에 탑재된 인공지능(AI) 기능을 써야하는 식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38일간 총 1888명이 방탈출을 체험하고 주말 기준 예약률은 91%를 달성했다.
SNS에서도 관련 게시물이 635건 생성되며 사람들의 입소문을 탔다.
방탈출 팝업은 참여자들의 구매 욕구도 자극했다.
방탈출 참여자 약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때 참여자의 98%가 LG 전자 그램 프로의 선호도가 올라갔다고 응답했다.
88%는 제품 구매 의향이 생긴 것으로 조사됐다.
LG전자 관계자는 "방탈출은 짧은 시간 극한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참가자들의 몰입도가 매우 높아지는 순간을 만든다"며 "제품을 자연스럽게 각인시키기 좋은 구조라 생각해 진행했다.
더불어 방탈출 전문 업체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키이스케이프와 협업해 방탈출 덕후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팝업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탈출하게 도와줘!" Z세대 열광…주말 예약 꽉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