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일시적 도움줄지 모르나
투자 위축 등 득보다 실이 많을 것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와 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스1 정부가 전임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을 철회하고 법인세율을 높이는 등 증세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청문회에서 운을 뗀 내용으로,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2022년 세법 개정으로 1%p 내린 법인세 최고세율을 다시 25%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정책 전환은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난 때문일 것이다.
경기악화로 인한 세수결손은 지난 3년간 97조5000억원에 이른다.
그사이 법인세수가 약 100조원에서 60조원 수준으로 40% 급감했다.
정부는 법인세수가 대폭 감소한 것은 세율을 인하한 탓이 크다고 인식하는 듯하다.
정부는 그러면서 기업과 경기 활성화를 명분으로 한 세율인하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정책 목적을 달성하고 못했다고 보는 것 같다.
구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점검해 보니 법인세가 줄어든 결과 성장, 소비, 투자 모두 감소했다"고 말했다.
법인세를 내렸는데도 기업들은 고용과 투자를 늘리지 않고 사내 유보금만 쌓아놓았다는 주장도 여권에서는 하고 있다.
국가재정은 경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지난 3년의 세수 결손과 감소는 전 세계적인 경제난 때문이다.
기업들의 순익도 감소했고 덩달아 법인세수가 줄어든 것은 당연한 결과다.
물론 법인세수 감소분에서 세율 인하가 차지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투자가 감소했다면 그것은 법인세수 감소와 같이 불황이 가장 큰 원인이다.
불경기에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몸을 사리는 것이 보통이다.
지금과 같은 경제난 속에 법인세율을 다시 올리면 투자는 더욱 움츠러들 것이다.
특히 외국인들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자 설비투자가 11.9% 감소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의 법인세율이 낮다는 것도 틀린 말이다.
OECD 국가들의 평균 법인세율은 21.5%로 우리보다 현저히 낮다.
세계 주요국들은 글로벌 산업 경쟁이 격화하면서 법인세율을 낮추는 추세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조세저항이 덜하다고 해서 법인세 인상을 손쉬운 수단으로 선택했다면 잘못이다.
법인세 인상이 일시적으로 세수를 늘려주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득보다 실이 크다.
기업들은 국내보다는 국외 투자를 선호하게 돼 자본의 해외유출을 부를 수 있다.
잦은 세율조정은 한국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각종 선심성 정책을 줄여 세출 축소로 대응하는 게 맞는다.
세수를 늘리는 방법도 기업을 옥죄는 것보다 인기영합성 면세 혜택을 축소하는 등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역설적으로 불황기에는 세율을 더 낮춰줘서 기업들이 힘을 비축해 다시 뛸 수 있게 지원하는 게 맞는 방향이다.
[fn사설] 법인세 증세로 방향 전환, 기업 사정도 돌아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