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권 정보미디어부
일본은 전통적으로 해외인재 유치에 극히 보수적인 나라다.
특히 의료, 반도체 등 전문인력이 요구되는 산업 분야는 외부에 좀처럼 문을 열지 않았다.
자국 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탓이다.
일본의 폐쇄적 기류가 바뀐 것은 2010년대부터다.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다.
일본은 2012년부터 보수, 학력, 경력, 연령 등 규정된 평가항목의 배점 기준에 따라 출입국 및 체류상의 우대조치를 골자로 전문직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고도인재 포인트제도를 도입했다.
가산점 항목 확대, 영주권 신청 가능 체류기간 축소 등 혜택도 확대했다.
2023년엔 고소득의 우수 외국인재에게는 별도 계산 없이 연봉, 실무경력, 학력만으로도 고도인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 특별고도인재제도를 신설했다.
가사도우미 2명 허용, 배우자에게 경력요건 충족 없이 주 28시간 이상 취업 인정 등 여러 혜택이 부여됐다.
고도인재 포인트제도의 누적 인정건수(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 집계)는 2012년 313건에서 2023년 4만6946건으로 폭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2019년까지 인공지능(AI) 인재 순유출국이었던 일본은 2020년부터 순유입국으로 전환했다.
한국은 인공지능(AI) 산업 급성장을 계기로 해외 전문인력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9월 법무부가 첨단산업 분야 '톱티어(최상위) 비자' 신설 등이 담긴 '신출입국·이민정책'은 세부 대책이 별로 없는 총론 수준이다.
그사이 국내 해외 연구인력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들어온 인력도 수년 만에 다시 해외로 빠지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주요국 대비 떨어지는 처우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히지만 일자리 부족, 단기 연구성과나 논문 수 등 객관적 지표만 요구하는 연구 풍토, 문화적 다양성 이해도 부족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A교수는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와 달리 처우에는 실망한 외국 연구인력이 많다"고 말했다.
그마저도 전문인력으로 구분되는 E1~E7 비자를 보유한 인력 중 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 종사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최근 첨단산업 관련 토론회에서 만난 국내 기술경영전문대학원 B교수는 "정부·정치권이 언제까지 현실성이 떨어지는 'AI 100만 인재 양성' 대책만 외칠지 모르겠다"며 "해외인력 유치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일본처럼 파격적인 전환점 마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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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해외인재에 보수적인 일본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