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범 증권부장
K증시 열기가 역대급이다.
코스피지수가 3년5개월 만에 3000선을 탈환한 지 한달도 안 돼 3200 고지에 깃발을 꽂는 등 2021년 6월에 터치한 사상 최고치 3316을 향해 페달을 밟고 있다.
수익률도 올 들어 30% 넘게 상승해 세계 최상위권이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주식형수익증권 등 대기자금에 뭉칫돈이 몰리고, 주식거래활동계좌는 9000만개를 넘어서는 등 모두 역대 최대치를 다시 썼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코리아 밸류업에 올라탔다.
상승세가 본격화된 지난달 이후 3조원 이상 사들여 랠리에 불을 지폈다.
JP모건은 오는 2027년까지 코스피지수 5000 입성 가능성을 열어놓고 한국 시장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높이기까지 했다.
전반적으로 수급주체, 기업 펀더멘털, 증시 부양정책 등 과거 코스피 삼천피 국면과 결이 다르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요 국가들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친 데다 초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대거 유입된 영향이 컸다.
특히 동학개미 열풍을 타고 개인투자자들이 지수를 끌어올렸다.
현 증시는 외국인이 주도해 상대적으로 수급의 안정성을 갖췄다.
여기에 실적 모멘텀이 강화됐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으로 12월 코스피 결산법인의 2021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99조원, 183조원이다.
올해 1·4분기에는 매출 759조원, 영업이익은 57조원을 달성했다.
현 추세라면 올해 연간 매출 3000조원, 영업이익 200조원 돌파도 따 놓은 당상이다.
에프앤가이드가 추정한 올해 코스피 상장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278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상법 개정은 증시 투명성 강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큰 틀에서 보면 자본시장 헤게모니의 축이 기업 오너에서 일반 투자자로 이동하는 전환점이다.
앞서 여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을 발의했고,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 합산 3% 제한, 사외이사의 독립이사 전환 등이 담긴 법률은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본격 시행되면 주주 이익의 관점이 대주주에서 전체 주주로 확대돼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틀게 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언한 '코스피 5000시대'가 구호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다가올 현실이라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투자철칙 '므두셀라 기법'을 빼놓을 수 없다.
방주를 만든 노아의 조부인 므두셀라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인물로, 969년을 살아 서양에선 장수의 아이콘이다.
한마디로 오랜 기간 안정적인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실제 버핏은 1988년부터 사들인 13억달러 상당의 코카콜라 주식을 여태껏 보유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은 매입가의 20배에 달하는 250억달러 규모다.
코스피 5000을 감안하면 이 역시 단순 상승률만 60%가량이니 진득한 가치투자가 미래에 빛을 발할 것이다.
1980년 100을 기점으로 코스피지수는 1989년 1000을 뚫은 데 이어 2007년에는 2000 고지를 밟았다.
이로부터 14년 후 3000선에 올라서는 등 불변의 장기 상승 추세가 이어져 왔다.
시간이 짧지 않지만 결실은 그만큼 컸다.
삼성전자의 경우 환산주가 표출 기준으로 1996년 말 910원에서 현재는 6만원을 넘어 기업가치가 60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거래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이 같은 인내를 바라는 건 비현실적일 수 있다.
투기적 행태의 과도한 단기매매 성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주식투자에 조급증이 만연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스피 4000, 5000 시대를 바라본다면 이제는 길목을 지키는 느긋함을 가져야 한다.
개미들의 우량주 장기투자 정착이 곧 한국 증시 저평가 리스크 완화로 오천피 시대를 앞당기는 동력이 될 수 있어서다.
"10년간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단 10분도 갖고 있지 마라. 장기투자로 오래 묵힐수록 크게 불어나는 복리의 기쁨을 누려라." 버핏의 지론이다.
winwin@fnnews.com
[강남시선] 므두셀라 기법과 오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