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앞세워 정시비중 확대 불구
고소득·대도시 학생이 되레 유리
교육개발원 "수시 중심으로 개편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서울경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자녀가 재수나 반수를 선택하는 비율이 뚜렷하게 증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정성을 내세운 정시 중심의 대학입시가 오히려 사교육 특구나 고소득층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수도권 주요 대학과 의약계열 진학률에서 저소득층 학생들과 최대 두 배 이상의 격차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1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최근 발간한 ‘대입 N수생 증가 실태 및 원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의 경제적 배경을 5단계로 구분해 살펴본 결과 최상위층(5분위)의 재수·반수를 통한 대학 진학률은 63.8%였지만 최하위층(1분위)은 35.8%에 불과했다.
특히 의약계열 대학 진학률의 경우 최상위층이 3.1%로 최하위층의 1.2%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수도권 주요 대학 진학 비율 역시 최상위층은 50.3%, 최하위층은 23.2%로 큰 차이를 보였다.
보고서는 이런 격차가 발생한 주요 원인으로 2022학년도부터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비율을 40%까지 늘린 정책을 꼽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 이후 대학 입시 공정성을 내세워 도입된 정시 확대가 실제로는 사교육이 발달한 고소득층과 대도시 지역 학생들에게 더욱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교육부는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최근 ‘2025~2026년 고교교육 기여 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서울대, 동국대, 한양대 등 주요 대학들이 2028학년도부터 정시 비율을 현행 40%에서 30%로 낮출 수 있도록 허용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남궁지영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수능 점수의 미세한 차이를 실제 학생의 역량 차이로 보기 어렵고 점수 기반의 서열화된 평가 체계가 공정성의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수능의 역할을 최소한의 학업 능력 확인을 위한 자격시험으로 전환하고 학생들의 다양성과 잠재력, 성장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시 중심의 입시 제도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인 개선 방안으로는 수능을 연 2회 실시해 재학생과 졸업생 응시 기회를 분리하거나 수능 성적 발표 시 전체 응시자와 고3 재학생을 구분해 제공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또 문제은행식 수능 도입을 통해 연간 응시 기회를 확대하고 인공지능(AI) 기반의 평가 시스템을 활용해 학생들의 학습 과정과 성과를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학벌 중심의 노동시장 구조가 대학 입시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며 입시 경쟁 완화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모 소득 많을수록 N수 도전, 대학 진학률도 2배 앞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