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신정부 출범 이후 주가가 크게 상승했는데 상법 개정과 기업 거버넌스 개선이 주된 원인으로 언급된다.
최근 무리한 시도들이 철회된 것을 보면 그 영향이 주주환원 증가로만 한정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체감은 일단 숫자에서 온다.
기본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주식 배당수익률과 채권금리는 어느 쪽이 높은 게 정상일까. 언뜻 생각하면 주식은 위험자산이므로 당연히 주식 배당수익률이 높을 것 같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주식시장 관련 모든 질문의 답은 시장에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국거래소(KRX) 홈페이지에서 조회가능한 (기발표 배당금 기준의) 코스피(KOSPI) 배당수익률은 1.79%고 한국은행에서 조회되는 국채 10년물 금리는 2.805%이므로 주식 배당수익률이 채권금리보다 낮다.
(국채 10년물이 처음 발행된) 2000년 이후를 살펴보더라도 2016~2021년의 7년을 제외하면 주식 배당수익률은 꾸준히 국채 10년물 금리를 하회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이러한 현상은 주로 금리변화로 나타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2000년 이후 배당수익률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급락한 2008년, 2009년을 제외하면) 1.2~2.8%로 2% 내외로 꾸준한 반면 국채 10년물 금리는 1.4~8.9%로 큰 변동성을 보였다.
장기 시계열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진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채권금리를 크게 상회한 주식 배당수익률의 역전현상이 1950년대 후반 처음 나타난 이후 주식 배당수익률은 지속적으로 채권금리를 하회했다.
결국 주식의 위험자산이라는 측면보다 자본차익 및 장기 성장성의 기회와 인플레이션 방어 측면이 부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식 배당금은 결코 확정된 금액이 아니다.
확정된 채권의 이자와 달리 회사의 성장에 따라 배당금은 증가할 수 있고 또 일반적으로 그렇게 기대된다.
확정된 이자는 인플레이션에 따라 가치가 하락할 수 있지만 증가하는 배당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방어력이 있다.
이렇게 보면 주식 배당수익률은 채권금리보다 낮아야 할 것이다.
또한 배당이 증가하면 그만큼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엔 분명 불투명한 거버넌스에서 비롯된 소액주주 이익의 침해가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결국 피부에 와닿는 변화는 주주환원의 추세적 증가로 나타나야 한다.
아무리 진솔해도 진심은 알 수 없고 우리에게는 일단 숫자만 보인다.
'박스피'라는 자조적 표현을 감안할 때 과거 일정한 배당수익률은 한국의 증가하지 않는 배당이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전히 일부 경제학자는 지나친 주주환원으로 기업의 성장이 훼손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듯하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우리와 비슷한 대만은 물론이고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한국의 주주환원은 어떤 의미에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추세적 주주환원 증가가 이뤄진다면 그에 걸맞은 주가상승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첨언하자면 주가상승이야말로 가장 좋은 궁극적 경영권 방어수단이라는 점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거버넌스 개선은 결국 윈윈게임이다.
[MT시평]거버넌스 개선의 체감은 배당 증가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