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홍콩·대만·싱가포르 등 주변 국가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코로나19 치료제 지정약국인 종로 열린약국에서 약국장이 코로나19 치료제 중 하나인 라게브리오를 정리하고 있다.
2025.5.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성분명 처방' 제도를 대통령 선거 공약에 넣으면서 의사와 약사 집단 간 불꽃 튀는 신경전이 펼쳐진다.
이 공약이 약사들의 대체조제 권한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약사들은 '환자의 의약품 선택권 강화'를 이유로 환영하지만, 의사들은 '처방권 침해'를 주장하며 맞선 것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민주당이 공개한 '제21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엔 '수급 불안 필수의약품에 대한 제한적 성분명 처방 등 대체조제 활성화 추진'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성분명 처방이란, 의사가 처방전에 약의 상품명이 아닌 성분명을 기재하는 것을 가리킨다.
예컨대 '타이레놀'(상품명)이 아닌 '아세트아미노펜'(성분명)을 처방전에 쓰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약사는 다양한 제약사의 똑같은 성분 약 중에 골라, 환자에게 조제할 수 있다.
약국의 의약품 재고 상황, 가격, 제형 등을 고려해 조제할 수 있어, 약사의 대체조제 자율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현행법상 대체조제는 가능하지만,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바꿔 조제하려면 약사는 의사의 동의를 조제 전에 받아야 한다.
하지만 성분명 처방 제도가 추진되면 이런 과정 없이도 약국에선 환자 상태, 제형, 재고, 복약 편의성 등을 고려해 똑같은 성분 중에서도 보다 적절한 약제를 선택하는 전문성을 확보할 것으로 약사들은 기대하는 분위기다.
약사들은 그간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 활성화 방안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민주당 김윤 의원이 의약품의 성분명 처방을 활성화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약사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가 이어지고, 이는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인 만큼 성분명 처방을 통한 안정적 공급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약사회의 주장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성분명 처방이 의사들의 과학적 진료행위를 침해할 것이라 우려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약사회는 민주당 공약을 일방적이고 과장되게 해석해 홍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성근 의협 공보이사는 지난달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의약품 처방은 단순히 성분명을 나열하는 행위가 아니라, 환자의 상태, 병력, 병용약물, 흡수율, 부작용 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학적 판단에 따라 적정 약제를 선택하는 전문적인 진료 행위"라며 "특정 질환에 있어 동일 성분이라 하더라도 약제마다 약동학적 특성과 임상 반응이 다를 수 있으며, 의사의 판단 없이 임의 대체가 이뤄지면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의협은 성분명 처방과, 이로 인한 대체조제 활성화가 '부실한 약제 생동성 시험을 거쳐 나온 복제약(제네릭 의약품)을 약사가 무분별하게 처방할 수 있게 빗장을 여는 것'이라고도 빗댔다.
김성근 공보이사는 "똑같은 성분을 가진 의약품이더라도 제품에 따라 임상 효과나 부작용이 다르며, 환자에 따라서도 복약 순응도가 다르다"며 "이럴 때 의사는 환자의 건강 상태나 유전적·환경적 요소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축적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의약품의 효능을 살피고 조절해가며 처방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한국정책학회 공동기획 '제21대 대통령에게 바란다'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5.05.27.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 성분명 처방 제도가 시행되면 이런 고려 없이 약사가 환자의 의약품을 결정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의협의 우려다.
의협은 "환자는 최적의 약물 효과를 기대하지 못하는 의약품을 처방받는 건 물론, 처방받은 의약품에 대해 부작용 관리, 약화사고 관리가 불가능하게 돼 그 부담을 전적으로 환자가 떠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들의 이런 주장에 약사회는 선을 그었다.
약사회는 "복제약 생체이용률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80~125%이므로 임상적 효과나 부작용이 다를 수 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통계적 허용 역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비롯한 '비과학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약사회는 "80~125% 신뢰구간을 허용한 것은 통계적인 평가를 정확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글로벌 선진국을 포함해 국제적으로 통상 사용되는 기준임을 밝혔다.
이에, 허용 기준을 충족시키면 약효가 다르지 않다고 정부(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과학적으로 공인한 것이므로 이를 부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쏘아 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