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성 하모니카 연주자가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머니투데이-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주최 '발칙한 클래식 : 아름다운 그때'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김창현 chmt@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 탓에 진입장벽이 높은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발칙'하게 깨부쉈다.
클래식 공연에서 듣기 힘든 익숙한 동요들로 관객들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고 비교적 친숙한 교향곡으로 마무리했다.
섬세하면서도 웅장했던 오케스트라 공연은 관객들의 눈시울과 함께 초여름밤을 물들였다.
머니투데이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 3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발칙한 클래식 : 아름다운 그때'를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박물관에 갇힌 음악이 아닌 우리 삶의 이야기와 감정이 주인공이었다.
구체적으로 공연은 유년부터 노년까지 시간의 흐름을 동요의 선율로 연결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은 교향곡으로 일깨웠다.
우리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 이슈까지 다채로운 구성이라는 평이 나온 이유다.
특히 공연 내내 조은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의 해설이 함께해 깊이 있는 설명으로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이날 진행된 공연에는 유난히 어린이들이 많았다.
두 시간가량 진행된 공연에도 불편하거나 힘든 기색 없이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끝날 때마다 박수갈채를 보냈다.
공연 내내 부모님들과 속삭이며 궁금증을 해소하고 밝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은 '세대를 잇는 감동'이라는 공연 취지를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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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노래, 어른과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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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의 전반부는 우리의 유년 시절 기억에 각인된 동요들로 구성됐다.
첫곡인 '오빠생각'은 박종성 하모니카 연주자의 연주와 함께 맑고 청아한 클라리넷이 주선율을 이끌어갔다.
클라리넷은 소리가 작은 하모니카를 오히려 돋보이게 하면서 관객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가 아는 동요인 '반달'도 박 연주자의 하모니카와 함께 연주됐다.
가사는 없지만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은하수', '밤하늘', '별빛' 등 본래 가사가 저절로 떠올랐다.
IMF 시절 직장을 잃고 좌절하는 어른들을 위해 창작된 '아빠 힘내세요'는 당시 일자리를 잃은 아픔을 극복하는 모습을 관현악의 '트릴 기법'으로 표현했다.
'된장 한 숟가락'은 단조 구성임에도 유쾌하고 발랄하게 풀어냈다.
된장 한 숟갈로 찌개를 끓여 먹는다는 재치있는 가사와 그 상황을 관악기 선율로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머니투데이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주최로 열린 '발칙한 클래식 : 아름다운 그때'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지금까진 유년의 기억이었다면 노재봉의 '집에 가고 싶어'는 노년으로 나아간다.
이는 치매 환자들이 겪는 기억의 왜곡과 정서적인 충격을 섬세하게 그려낸 곡이다.
피콜로와 플룻 등 목관악기 소리가 돋보였고, 특히 흐려진 시간 감각을 현실로 되돌리기 위해 사용한 메트로놈은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전예은 작곡가의 '장난감 교향곡: Homage to Toys(2021)'은 어린시절 장난감들의 재미난 소리와 움직임을 장난기 넘치는 화성과 현대적인 리듬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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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담아낸, 지구를 생각하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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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클래식 곡들은 자연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전개됐다.
해돋는 아침을 그려낸 에드바르드 그리그의 '페르귄트'는 햇살이 산을 넘고 들판을 감싸는 장면을 오케스트라의 다층적인 사운드로 묘사했다.
베토벤의 교향곡 '전원'은 시골에 도착했을 때의 설렘과 기쁨을 표현한 곡이다.
긴 호흡의 주제 선율은 바이올린의 주도로 천천히 진화하는데, 화성의 동선이 느슨하고 절제돼 관객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앞선 두 곡이 자연의 아름다운 서정성을 표현했다면, 마지막곡인 안토닌 드보르작의 대표작인 '신세계'는 자연을 마주한 투쟁과 그 신세계를 향한 도전정신을 담아냈다.
역동적인 현악기의 질주와 금관 악기의 팡파레 등 오케스트라의 뜨거운 에너지는 관객들의 기운을 충전시켰고 관객들은 탄성과 환호로 화답했다.
강호병 머니투데이 대표이사는 "이 공연이 단지 하나의 무대를 넘어,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서로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적 접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머니투데이는 문화와 사람, 시대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언론의 역할을 고민하고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동요부터 교향곡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