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밖 인터뷰⑤ 「퀴어 청소년이 만드는 역동」 연구자 유랑
유랑은 석사학위 논문으로 「퀴어 청소년이 만드는 역동 : 대안학교에서 경험한 억압과 당사자 실천」(2025)을 연구했다.
“대안학교에 있을 때 청소년퀴어문화축제 ’무아지경’을 기획하고 만들었던 ‘무아‘팀과 두 번째 축제가 끝난 후 찍었던 무지개 양말 사진!” (사진 제공-유랑)     2023년에 출간된 책 『별별 교사들』에는 ‘다양성으로 학교를 숨 쉬게 하는 교사들’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공동 저자인 유랑은 퀴어 청소년들이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고 공동체 문화를 바꿔나가는 과정을 썼다.
하지만, 동료로서 청소년들과 함께했던 활동을 ‘교사라는 이유로 먼저 기회를 얻게 되어 사회에 전달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짐처럼 남았다.
그래서 대안학교 퇴사 후 자신으로서 살기 위한 힘을 쌓기 위해 진학한 대학원 과정을 마무리하며, 석사 논문을 통해 퀴어 청소년 당사자들의 목소리와 실천을 조금 더 직접적으로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연구 소개] 유랑(유아름)은 석사학위 논문으로 「퀴어 청소년이 만드는 역동 : 대안학교에서 경험한 억압과 당사자 실천」(2025)을 연구했다.
그는 대안학교 재학 경험이 있는 퀴어 당사자 15명과 비퀴어 5명(학생, 교사)을 인터뷰하여, 대안학교가 만들어내는 규범으로 인해 퀴어 청소년이 받는 영향과 당사자 실천으로 인한 학교와 주변 구성원의 변화를 분석하였다.
  - 유랑의 논문은 퀴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함으로써 중요한 개념들을 잘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동 이방인’이란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정동 이방인’은 사라 아메드가 쓴 책 『행복이라는 약속』에 나온 개념인데요, ‘행복’이라고 하는 감정은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되었다고 해요, 다시 말해, 행복할 수 있는 기준 자체가 사회에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시스젠더(지정된 성별을 자신의 성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로 살면서 이성애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거구나’라고 그려지잖아요. 시스젠더가 아니거나 이성애자가 아니면, 제도적으로 결혼도 못 하고 아이를 낳기로 선택하기가 사실상 어렵고, 자녀를 낳더라도 키우기 힘들고, 퀴어 가족으로서 아이를 입양하기도 힘든 사회인 거죠. 그러면 퀴어 당사자는 ‘내 삶은 불행한 건가, 나는 행복할 수 없는 존재인가’라면서 계속 이방인 같은 느낌을 겪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나 퀴어인데. 나한테는 이 (공동체) 약속이 안 맞는데. 너희가 만들고 있는 이 약속은 나의 존재를 지우는 약속들이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그러면 ‘아, 우리가 편협한 약속을 만들고 있었구나. 그러면 이 공동체 약속을 좀 바꿔봐야지. 문화를 바꿔봐야지.’ 하는 게 아니라, ‘너 왜 문제 제기해? 우리 되게 잘살고 있었는데!’ 하면서 그 존재 자체를 이상하고 유별나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어요.   ‘정동 이방인’이라는 개념이 바로 이들 퀴어 청소년들이 저항했던 경험들과 잘 연결된다고 생각해서 가져온 거예요.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문화나 특정한 약속들이 대부분 사회가 만든 ‘정상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인데도,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그런 감정들에 무조건 동의해야 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냐고, 계속 질문하는 사람이 퀴어라고 생각해요.”   - 논문을 읽으면서 대안학교에도 퀴어에 대한 ‘아래를 향하는 코미디’가 존재한다는 것에 놀라고 슬펐는데요, 여성이나 소수자를 대상화하거나 희화화하면서 권력을 조롱하는 거라고 변명하지만, 사실 그 권력 자체보다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의 소수자성을 조롱하는 경우를 우리 사회에서 많이 접하게 됩니다.
‘아래로 향하는 코미디’가 왜 문제인지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요?   “1년 중 가장 행복한 날인 퀴어문화축제! 무지개 깃발을 두르고, 연대하는 곳들의 뱃지를 몸과 가방에 가득 달고서 친구들과 행진하면 이런 행복한 일상을 계속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듬뿍 들어요.” (사진 제공-유랑)     “대안학교 역시 기숙사가 지정성별(출생 시 성별 이분법에 의해 지정된 성별)로만 나뉘어져 있는데, 남성 기숙사에서 퀴어나 여성, 소수자들을 비하하는 이야기들이 ‘웃긴 소재’로 쓰여요. 전체가 함께 있을 때는 얘기하지 못하는 것들이 기숙사 안에서 많이 이야기되는데, ‘남성성’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고 ‘게이’라고 놀린다든지. 남성 또래들끼리 친한 친구들도 많고 다들 그렇게 노는데, 뭔가 ‘남성성’에서 벗어나는 학생들 둘이 앉아 있으면 계속 ‘게이’ 관계라고 옆에서 놀리는 거죠. 그런 남성 또래문화 속에서는 긴밀한 소통이나 감정을 나누는 것이 어려워져요.   또, 학교 안에서 학생회장 뽑을 때, 선거운동을 하면 꼭 지정성별 남성인 후보나 선거 팀이 여자 아이돌 곡으로 공연을 하는 거예요. 그때 ‘여성성’을 되게 과하게 표현하면서 그게 웃긴 것처럼 그냥 코미디 소재로 쓰이는데, 그 분위기 자체가 여성혐오적이기도 하지만 트랜스 여성을 혐오하는 것으로 흐르기도 하죠. 그런데 거기에 문제 제기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고, 그냥 같이 웃는 분위기가 당연해졌을 때, 자신이 고민하는 정체성이 놀림거리나 장난치는 소재가 되는 걸 경험하게 되면, 당사자는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이 학교에 없는 것처럼 느끼게 되죠.   대안학교는 입시 중심의 교육과 다르게 ‘나를 찾아갈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곳’이어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나 문화가 자신을 탐색하는 과정을 지연시키거나 기회를 누락시키게 돼요. 자신을 부정하는 시간이 길어진 후, 결국 나중에 퀴어로 정체화하고 나로서 살기로 했을 때, 정체성에 대해 자긍심을 갖는 것 또한 지연될 수 있어요. 지금 이 단계에서만이 아니라, 이후에 학교를 벗어나서 다른 사회생활을 할 때도 계속 영향을 받게 되는 거예요.”   - 퀴어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무지해도 되는 권력”(전혜은, 2021)이라는 개념도 흥미로운데요. ‘무지해도 되는 권력’이란 어떤 것인지 사례를 들어 이야기해주세요.   “교내 퀴어 당사자 모임에서 활동도 하고, 전체 구성원에게 커밍아웃했던 연구 참여자가 있었어요.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논바이너리(non-binary, 기존의 성별 이분법에 들어가지 않는 젠더 정체성)라고 밝혔으니, 퀴어임을 드러내고 긴 시간 학교에서 지낸 거예요. 학교가 그래도 평등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어서 퀴어 당사자가 문제 제기했던 것들을 의식했죠.   처음에는 학교 공동체 내에서 과제나 프로젝트 설문조사 할 때 성별 표시를 ‘남성’ 아니면 ‘여성’ 둘 중 하나에 체크하게 만든 것이 불편했는지 물어보며 사과하거나 수정했다고 해요. 그런데 재학하는 내내 모든 것을 찾아와서 자신에게 묻기만 하고, 스스로 고민하거나 공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된 거죠.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도 계속 설득하고 증명해야 되는 일인데, 질문만 계속 받게 되니까 ‘이들은 그냥 내게 묻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건가? 자기들은 불편한 거 하나도 없으니까, 계속 본인들이 알아보지 않고 물어보고 답만 들으면 되는 그 위치 자체가 권력을 가지는 위치일 수 있구나’ 생각하게 되는 거죠.    이 사람이 나랑 어떻게든 같이 살아보고 싶어서 물어보는 거랑, ‘네가 이거 왜 불편한지 설명해 봐.’라는 것은 정말 다르거든요. 그 미묘한 태도의 차이와 거기서 느껴지는 권력들 때문에 계속 자신이 누락되는 느낌이 쌓이는 거에요.”   이런 상황에 대해 유랑은 대안학교가 ‘민주주의나 인권에 대해 구체적인 교육이 부족하면서도 당위적으로 가치만 강조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인권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권리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장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토론하거나 함께 약속을 정하는 등의 과정 없이, 추상적으로 인권과 평등을 이야기하고 습득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퀴어든 페미니스트든 대안학교 내에서 다양한 운동을 하는 당사자들이 운동의 장을 많이 만든단 말이에요. 근데 거기에서 궁금한 것이 해결되거나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 거예요. 각자의 주장만 계속 있는 거죠. 운동의 장은 펼쳐지는데, 그 운동으로 인해 실제로 변화하지는 않아요. 실제 마음 안에 있는 질문들은 나오지 못하고 말이 없이 끝나거나, 그냥 이야기가 빙빙 돌고 끝나곤 해요. “연구 참여자와 논문에 도움을 줬던 동료들, 제본비 마련과 퀴어 청소년과의 활동에 후원해준 분들을 찾아다니며 논문 배달부가 되었어요. 논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고민과 응원을 나누며 앞으로의 활동을 함께 상상해나갔어요.” (사진 제공-유랑)       어떤 교사는 그냥 다 이야기해보라고 하는데, 그러면 혐오나 차별의 언사를 하는 사람들이 ‘이때다’ 싶어서 얘기를 하고, 그러면 그게 왜 폭력이 될 수 있는지 알려주며 더는 반복하지 않게 해야 하는데, 그냥 이야기만 되고 끝나버려요. 공론의 장은 만들어지지 않고 논의가 계속 둥둥 떠 있기만 하다가, 한창 운동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제안하면 갑자기 약속과 제도가 만들어져요. 그리고는 문제 제기했던 사람들이 졸업하면, 그 의제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아요. 제도는 생겼지만, 구성원들의 문화나 분위기는 변화되지 않고 반복되고. 서로 부딪히면서 해결책을 찾아 나가야 하는데 갈등을 피하기만 하는 거죠. 편협한 인식과 직면하면서 배워나가는 것이 필요해요.”   대안학교 내에도 사회에 존재하는 ‘정상성’의 기준이 강력하기 때문에 소수자로서 문제 제기했을 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열어놓고 진지하게 토론하기보다, 검열을 하는 방향이 된다는 것이다.
변화가 이루어지려면, 교육적인 분위기 속에서 안전함을 느끼면서, 어떤 말이나 행동이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고 차별하는 것인지 이야기 나누고 충분히 이해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강력한 규범들에 대해 열어놓고, 직면하고, 함께 고민해 보아야 진정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 유랑의 논문을 통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그중에서 대안학교 내에도 분명히 위계가 존재하는데,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내고 있다고 착각하는 상황에 대해 퀴어 청소년이 답답해하는 사례가 저에게는 중요하게 다가왔어요. 우리 사회가 제도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이루었지만, 위계적인 문화는 여전히 심각하잖아요. 하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계속 우리 사회가 평등하다고 주장해요. 이러한 착각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런 착각들이 좀 깨지고 변화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아요. 그 순간을 돌이켜보면, 착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사람, 예를 들면 대안학교에서 교사 그룹 중 한 명이라도 그것은 착각이라고 경종을 울리면서 편견을 깨뜨릴 수 있는 존재가 있었던 거죠.   대안학교 교사들이 “우리 학교처럼 이렇게 평등한 곳이 어디 있는데?”라고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선 솔직히 얘기가 좀 다르죠. 제도적으로 1인 1 투표권과 모두에게 발언권이 있기는 하지만, 학생이 손들었을 때보다 교사가 발언권을 가져갈 때가 더 많고, 교사인 제가 봐도 실제로 교사가 말을 더 많이 하거든요. 교사의 이야기에 다른 학생들도 더 쉽게 설득되고요. 게다가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에 대해 예의 없고 유난스럽다고 생각하는 교사들도 있어요.   그래도 학생의 문제 제기를 지지하거나, 교사의 권위적인 태도를 꼬집을 수 있는 동료 교사가 있을 때 조금 변화했던 것 같아요. 내부의 반성이 있어야 변화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 유랑은 대안학교 교사로서 했던 경험뿐 아니라, 퀴어 청소년 당사자로서의 경험도 있기 때문에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마음의 역동이 컸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제가 학교가 너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그래도 너무 사랑했던 공간인데 진짜 증오하고 싫어할 때까지 있으면 안 되겠다.
안 그럼 내가 여기 있었던 모든 기억들이 다 싫어지겠다.
’ 하면서 나오게 된 거거든요. 논문을 쓰다 그 억울함이 막 올라오기도 했어요. 같이 운동했던 동료 학생, 교사들이랑 너무 재밌고 부딪히고 함께 싸워나갔던, 빛나고 너무 아름다웠던, 내가 진짜 운동을 배우게 됐던 그런 순간들이 있는데, 그게 힘든 기억 때문에 뒤로 밀리는 것을 논문 쓰면서 깨달았어요.   「퀴어 청소년이 만드는 역동 : 대안학교에서 경험한 억압과 당사자 실천」 논문이 모두 끝난 후, 퀴어 연구 참여자들과 함께한 커뮤니티 모임. “시민들과 친구들의 후원을 받아, 연구 참여자들과 논문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서로 연결되는 시간을 가졌어요.” (사진 제공-유랑)     지금까지도 ‘퀴어로 더 드러내며 살아야지. 더 활동하며 살아야지. 더 운동하면서 살아야지.’ 다짐하게 만들었던 시간이었고. 사실은 그게 더 중요했었다는 걸 생각하게 된 거죠. 억울하고 힘든 거 말고, 이 감정을 나누는 것도 중요한데…. 공동체 안에서 우리끼리 꿍꿍이 만들면서 활동했고 얼마나 즐거웠는지를 더 얘기하고 다녀야겠다고, 대안학교에서의 경험을 다시 그리고 정리하게 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 유랑은 연구 참여자 외에도 논문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논문 피드백을 공유하는 자리도 만들었잖아요. 어땠나요? 인상적인 피드백이 있을까요?   “사실 (연구) 인터뷰할 때, 퀴어 청소년들이 제가 대안학교에 있었던 퀴어 교사라며 환대의 장을 만들어줬단 말이에요. 그런데 나는 그들이 나눠준 경험과 언어를 그대로 전할 수 있나, 그대로 쓸 수 있나, 내가 진짜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인가가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서 연구 참여자들한테 논문을 보여주기 무서운 거예요. 그래도 연구 참여자들 모아서 논문 썼던 과정이랑 논문 피드백이나 질문받는 자리를 마련했어요.   연구 참여자들이 논문을 읽으며 ‘우리가 정말 변화를 만들어냈던 주체였네,’ ‘우리 이때, 진짜 같이, 엄청 연결되면서 열심히 했었구나’ 하고 스스로 만든 운동과 경험을 돌아보면서, ‘언어로 만들지 못했었던 것을 그대로 잘 담아주고, 어떤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면 좋을지 잘 골라 담아줘서 고맙다.
’고 이야기해 줘서, 그 말이 너무 고마웠어요.   논문 작업을 하다 보니, 7개 (대안)학교에 재학했던 퀴어 청소년들이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 되게 많다는 생각을 했어요. 각자 학교를 떠나고 나서 ‘내가 대안학교여서 저항하고 운동할 수 있었던 걸까? 사회에 나왔더니 규범이 더 강력한데, 나 여기서도 저항할 수 있나, 아니면 감추고 살아야 되나?’ 혼란과 고민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대안학교를 경험했던 이들이 연결되면 그 고민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좀 연결되면 함께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서로 만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유랑의 논문은 연구의 시작부터 결과물을 나누는 순간까지 과정과 결과 모두가 그 자체로 운동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퀴어 청소년들의 이야기들을 사회에 더 많이 전달할 수 있는 작업을 계속하기 위한 고민을 한다.
현재의 청소년, 그리고 지금은 청년이 된 이들이 청소년기에 했었던 활동들이나 운동이 기록되지 않고 전달되지 않은 채로 그냥 본인들의 경험으로 남는 게 아까워서, 책을 준비하고, 토크쇼를 기획한다.
  처음 교사를 꿈꾸었을 때, 유랑이 제도권 학교 대신 대안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청소년 시기 퀴어임을 드러내지 못하고 배제당했던 경험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자신이 청소년기에 퀴어인 어른을 만났다면 그렇게 무섭고 막막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라 했다.
그리고 실제로 유랑은 퀴어 청소년들의 곁에서 미래를 응원하며 목소리를 찾아주는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유랑과 같은 어른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필자소개] 이충열(화사) : 여성주의 현대미술가. 『화가들은 왜 비너스를 눕혔을까?』(한뼘책방, 2019)를 썼고, 함께 쓴 책으로 『네가 좋은 집에 살면 좋겠어』(미디어일다, 2021), 『우리 힘세고 사나운 용기』(한티재, 2023), 『‘동의’ 중심 성교육은 어떻게 다를까요?』(폭스코너, 2025)가 있다.
석사학위 논문으로 「시각예술에서의 여성 재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및 대안 실천 사례 : 예술과 운동의 경계를 넘나드는 본인의 활동 분석을 중심으로」를 썼다.
‘무지해도 되는 권력’에 저항하는 청소년들의 실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