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양진호 대법원 선고 앞두고 토론회 개최
2025년 5월 23일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온라인 젠더기반폭력, 플랫폼 대응의 과제는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웹하드 카르텔 대응 운동의 역사와 평가 – 웹하드 카르텔은 한국 사회에 무엇을 남겼는가”를 발제 중인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오는 6월 5일은 이른바 ‘웹하드 카르텔’의 주범인 양진호(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 일이다.
온라인 성착취물 유통 산업을 통해 수백억 원의 수익을 올린 그는 2018년 경기남부경찰청 고발로 구속됐고, 2023년 1월 12일 1심에서 징역 5년, 2024년 7월 25일 2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검사가 구형한 징역 14년에 훨씬 못 미치는 형량이다.
2017년에 설립되어 ‘웹하드 카르텔’에 끈질기게 대응해온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이 양진호 사건의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사건을 환기시키며 웹하드 카르텔 대응 운동의 역사를 짚고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왜 웹하드 ‘카르텔’인가? 산업화된 사이버 성폭력에 대한 책임을 묻다   5월 23일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토론회 〈온라인 젠더기반폭력, 플랫폼 대응의 과제는 무엇인가〉에서, 김여진 한사성 대표는 ‘웹하드 카르텔’ 이전의 ‘소라넷 폐지 운동’ 이야기부터 꺼냈다.
“소라넷 폐쇄 운동은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애인이나 전 배우자에게 앙심을 품고 사귈 때 찍었던 나체 사진이나 성관계 영상을 온라인에 유출시킨 것)와 ‘몰카’라는 폭력이 남성문화 안에서 일상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에서 시작했다.
”   “‘해외 서버이기 때문에 잡기 어렵다’는 16년간의 국가의 무용(無用)한 변명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사이트 폐쇄’가 필요하다는 목표를 설정”했다는 점을 김여진 대표는 주요하게 꼽았다.
개별 사건의 가해자들이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하는 공간인 ‘소라넷’을 폐쇄하고 운영자를 검거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리고 이후 “‘리벤지 포르노’, ‘몰카’ 등의 용어가 가해자 중심의 단어이므로 ‘디지털 성범죄’로 불러야 한다는 담론적 제기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김여진 대표는 “소라넷과 웹하드 그리고 ‘N번방’이 같이 언급되고 비슷한 문제로 여겨지지만, 차이도 있다”고 짚었다.
“소라넷과 웹하드의 가장 큰 차이는 사이트 존재 자체의 불법성 여부다.
소라넷은 존재 자체가 불법인 곳이었고, 웹하드는 합법의 외피를 쓴 곳이었다는 점이 다르다.
”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부가통신사업자가 운영하는 공간에서, 어떻게 피해촬영물이 그토록 많이 유통되고 있었을 수 있을까?” 질문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웹하드 ‘카르텔’이라고 부르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웹하드 사업자가 헤비업로더를 조직하여 피해촬영물을 대량으로 유통하고, 필터링 업체와 삭제 업체와 유착하여 피해촬영물을 상품으로 한 업로드(업로더)-유통(웹하드)-필터링(업체)-삭제(업체)라는 수익 구조를 구축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웹하드 업체가 필터링 업체를 실소유하고, 이 필터링 업체는 삭제 업체(디지털장의사)와 사실상 같이 운영되었다는 산업 간의 유착이 있었다는 것.”   양진호는 “웹하드 업계 1,2위 수익을 올렸던 위디스크과 파일노리의 실소유자였으며, 전체 웹하드 업계의 60~70% 가량의 필터링을 맡고 있던 주식회사 뮤레카도 실소유한 자”였다.
“또한 뮤레카는 ‘나를찾아줘’라는 삭제업체를 공공연히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 웹하드 사업자가 필터링 업체를 실소유하고 있었다는 건, “웹하드에 불법 정보가 업로드/다운로드 되는지 필터링하는 과정을 웹하드 사업자의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었다는 뜻”이라 했다.
  “2017년 한사성은 디지털 장의사(삭제업체)와 웹하드 회사의 리스트를 정리하면서, 같은 건물의 옆 호실을 나란히 디지털 장의사와 웹하드 회사가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말 그대로 한 방에서는 피해촬영물을 올리면서 돈을 벌고, 그 옆 방에서는 피해촬영물을 지우면서 돈을 버는 구조였던 것이다.
”   한사성은 이런 ‘유착’에 문제 제기했다.
“웹하드에 약 10만 건에 달하는 피해촬영물로 추정되는 영상이 유통되고 있는 현실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구조적 책임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한편으로는 “개별 행위자들의 역할만을 떼어놓고 보면, 웹하드 업체나 필터링·삭제 업체는 겉으로는 모두 합법적으로 등록된 사업 운영의 외피를 두르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2025년 5월 23일 저녁 7시,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주최로 토론회 〈온라인 젠더기반폭력, 플랫폼 대응의 과제는 무엇인가 - 웹하드 카르텔 대응 운동 평가를 중심으로〉가 열렸다.
(출처: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즉 웹하드 카르텔 대응 운동은 “행위자 간의 구조적 연계와 유착, 즉 카르텔 자체를 문제화함으로써 사이버 성폭력 산업에 대한 본질적인 책임 추궁을 시도한 것”이다.
  성폭력처벌법(카메라 촬영)과 정보통신망법(음란물 유포) ‘방조’는 유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은 ‘무죄’, 범죄수익 몰수나 추징 없어   웹하드 카르텔 중심에 있었던 양진호는 1심에서 횡령과 배임, 조세범처벌법 위반, 저작권법 위반에 더해 성폭력처벌법(카메라등이용촬영죄) 방조, 정보통신망법(음란물 유포) 위반 및 방조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2심에서는 횡령과 배임은 ‘일부 유죄’, 조세범처벌법 위반, 저작권법 위반, 성폭력처벌법(카메라등이용촬영죄) 방조는 유죄 판결이 났다.
그러나 1심에서 정보통신망법(음란물 유포) ‘위반’ 공동정범으로 유죄 선고된 건이 2심에선 ‘방조’죄로 선고가 됐다.
형량은 1심과 같이 징역 5년이다.
1심과 2심 모두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결이 났다.
어마어마한 범죄수익에 대한 몰수 및 추징도 없었다.
  우선 김여진 대표는 “성폭력처벌법(카메라등이용촬영죄) ‘방조’로 기소되고, 재판에서 다뤄진 게시물은 단 107건이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이 난 점”에 대해 의미 있게 짚었다.
“양진호 측은 1심 변론 과정에서 ‘이 게시물들이 피해자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되었거나 반포된 영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몰래카메라에 의해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되었거나 적어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된 것임이 명확하다’고 판결했다.
”   더불어 “정보통신망법(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는 1심, 2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이 났지만, “정보통신망법(음란물 유포) ‘위반’ 혐의는 1심에서는 정범으로서 유죄를 받았던 부분이 2심에서는 방조범으로 선고”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는 양진호의 항소가 받아들여진 부분”이라며, “양진호는 음란물 유포의 정범에서 방조범이 되며, 업로드 과정에 관여하여 ‘음란물을 대량 유통하는 것을 기획한 죄’는 가벼워졌다”고 비판했다.
  가장 문제적인 부분은 “끝내 아무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처벌 받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했다.
“1심 재판부는 ‘양진호가 파일노리와 위디스크, 뮤레카를 실질적으로 지배했음, 필터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은 인정하였다.
다만 불법 정보유통 방지 기술적 조치가 무력화되었던 원인은 기술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경영자에게 기술팀의 소관인 문제를 파악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기술적 문제를 야기하려고 지시하는 등의 행위를 인정할 증거가 없었으므로 기술적 조치를 무력화했다고 보지 않았다.
”는 것.   김 대표는 “양진호 정도의 사람도 전기통신산업법 위반으로 처벌이 안 되면, 과연 이 법으로 처벌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모르겠다.
”고 꼬집었다.
  범죄 수익이 몰수, 추징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당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김여진 대표는 “이후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n번방 방지법’의 일환으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과 카메라등이용촬영 등과 관련한 죄의 경우 범죄수익 추정 시 범죄수익 등으로 형성되었다고 볼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경우에 그 죄에 관계된 범죄수익으로 추정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
”라고 설명했다.
  ‘음란물’이라서, ‘성 풍속을 해쳐서’ 문제?   “음란물이 아니고 성폭력이다!” 2023년 1월 12일 오전 10시, 웹하드 카르텔 주범 양진호의 1심 선고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진행되었을 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성남여성의전화,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주관으로 열린 기자회견 〈웹하드 카르텔 - 온라인 성착취 산업구조로 보지 않으면 근절 없다! 〉 (출처: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김여진 대표는 1심과 2심을 거치고, 웹하드 카르텔에 대응하는 반사이버성폭력 운동을 하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서 고민하고 생각을 거듭한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 중 하나가 ‘음란’의 개념이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음란물을 유포하고 방조한 양진호가 너무 괘씸하다.
성 풍속을 해치다니 큰 죄를 지었다’고 했다.
‘음란이란,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말한다’면서.”   그러나 “판결문에 나오는 ‘사회통념’은 무엇이고, ‘일반 보통인’은 누구인가, ‘성적 흥분’은 나쁜가? ‘정상적’인 것은 무엇인가, ‘성적 수치심’은 왜 생기는가.” 김 대표는 이 모든 개념이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음란’이라는 법적 개념은 산업화된 온라인 성착취의 실태와 맥락을 드러내지 못할뿐더러, “‘음란’ 개념의 해악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음란’ 개념은 “구체적으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하는 것을 인간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는 일로 만들었다”는 것. 그로 인해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여성의 성적 실천, ‘정상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퀴어의 성적 실천, ‘건전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아동청소년의 성적 실천을 낙인 찍는다.
”고 설명했다.
  김여진 대표는 ‘음란’ 개념이 실제로는 여성들에게 낙인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 낙인은 당사자들을 더 큰 폭력의 상황으로 끌어들인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음란’ 개념은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했다고 여겨지는 여성을 벌한다”고 말하며, 산업화된 성착취의 구조 속에서 “여성들이 도리어 자발적으로 ‘음란물을 유포’하거나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음란한 여성’에 대한 낙인이 온라인 젠더기반 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배경”이라고 호소했다.
(관련 기사: ‘자발적으로’ ‘음란한’ 피해자들의 손을 잡는 일 https://ildaro.com/10133)   웹하드 내 피해촬영물은 줄었지만, 본질적인 문제인 ‘여성혐오’는 여전   그렇다면 웹하드 카르텔 대응 운동은 어떤 성과를 남겼을까?    “사이버 성폭력을 ‘산업화한 폭력’으로 문제화하며, 개별 유포자를 넘어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법제도를 보완할 수 있었다.
”고 김여진 대표는 정리했다.
“산업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하여 피해촬영물 수요와 공급 차단-피해촬영물 소지죄와 플랫폼 사업자 책임을 묻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등의 운동으로 나아갔다.
”   그러나 “피해촬영물 유통 시장을 가능하게 했던 ‘여성혐오’에 대한 전사회적인 성찰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김여진 한사성 대표는 “웹하드 내 피해촬영물은 확실히 현저히 적어졌다.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해외AV, 피해촬영물 컨셉의 성인물이 많아졌고 BJ 카테고리, 웹소설과 웹툰도 생겼다”고 말했다.
“웹하드는 이제 이런 변명을 한다.
‘BJ가 동의해서 찍는건데 뭐가 문제냐?’고.” 김 대표는 “당사자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음에도, 지금과 같이 ‘동의 여부’와 ‘음란성’을 기준으로 성폭력을 판단하면, 산업화된 성폭력과 여성혐오적인 산업에 개입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 진단하며, 온라인 젠더기반 폭력에 대응하는 운동의 방법을 함께 논의하고 고안해가자고 제안했다.
웹하드 카르텔 가능케 한 ‘여성혐오’는 변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