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주 MBC 기자 “조직적으로 특정 언론 옥죄기 아닌지 밝혀져야” 진보당 “코미디보다 황당했던 사건, 소 취하로 마무리해선 안돼” ▲ 지난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임현주 MBC 기자.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외교부의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정정보도 소송 항소심 취하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해당 보도를 한 MBC 기자가 "소 취하가 먼저가 아니라 당시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과정을 통해 13시간 만에 해명이 있었는지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게 MBC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022년 9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비속어 발언을 보도한 임현주 MBC 기자는 지난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임 기자는 이날 "외교부뿐만이 아니라 수사기관에서도 공권력이 투입됐고 정부 예산을 썼다.
외교부는 소송 비용으로 5000만 원을 넘게 썼는데 경찰들은 무슨 죄인가"라며 "당사자는 빠져 있고 명예훼손 혐의로 언론은 계속 수사 받는다.
철저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하고, 조직적으로 특정 언론을 옥죄기 위해서 했던 것이 아닌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장관 후보자는 지난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바이든 날리면' 보도 관련 소송에 대해 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장관으로서 사과하겠다고 밝혀 소 취하 여부가 주목되기도 했다.
외교부 측은 지난 6월 진행된 항소심 조정기일에서 구두로 소 취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임 기자는 아직 외교부와 MBC 사이에 취하 관련 공식 논의가 시작된 건 없다고 밝혔다.
당시 국민의힘이 '바이든-날리면' 보도와 관련해 임 기자 등 보도관계자들을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현재까지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임 기자는 "발언의 당사자가 있고 당사자가 직접 발언 취지를 해명하면 끝날 일이다.
3년까지 끌 이유가 전혀 없는 사안인데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고, 김은혜 수석은 13시간 만에 발표한 게 '날리면'"이라며 "사적 공간이 아니었음에도 갑자기 대통령의 사적 발언이라고 하더니 한미동맹을 위협하는 발언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MBC가 한미동맹을 훼손하고 조작해 방송한 것처럼 됐다"고 말했다.
임 기자는 가장 힘들었던 부분을 묻는 질문에 "언론이 함께 침묵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임 기자는 "MBC가 타깃이 됐을 때 앞서 같이 보도했던 언론들이 '우리도 그렇게 판단해서 보도했어'라고 용감하게 하는 매체가 과연 얼마나 있었나. MBC가 조작해서 보도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임 기자는 2023년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 인사청문자료를 타사 기자에게 공유했다며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한 적도 있다.
관련해 임 기자는 "지난해 말 서울경찰청에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는데, 중앙지검에서 두번 다 보완수사 명령을 내리고 반려하고 올해 남부지검으로 넘겼다"며 "압수수색을 그렇게 신속하게 하고 주거지, 사무실까지 했는데 2년이 되도록 기소조차 되지 않는 사건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사건이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따른 보복 수사라고 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임 기자는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왜냐하면 민중의 지팡이 중에도 정치권이나 권력에 잘 보이기 위해서 하는 분들이 있다.
열과 성을 다해 하셨고, 탈탈 털었는데 안 나왔다"고 답했다.
임 기자는 "당시 보도엔 내가 최강욱 의원실에서 자료를 받아 다른 기자에게 줬다고 돼 있는데 나는 최강욱 의원과 일면식이 없다.
국민의힘 담당 여당 출입 기자였기 때문에 그때는 거의 24시간 국민의힘만 취재하지 민주당 의원들을 만날 일이 없다"며 "통화 기록도 안 나와, 메신저도 안 나와, 메일도 안 나와 이러니까 아마 경찰에선 당황했던 것 같다"고 했다.
▲ 윤석열 전 대통령과 MBC. 임 기자는 '바이든-날리면' 보도 후 보수 단체들의 시위와 수사 압박, 압박 속 국민의힘 출입기자로서의 취재 등으로 공황장애가 심해져 산업재해를 신청하고 휴직 중이라고 전했다.
임 기자는 내달 말 경 복귀 예정이다.
임 기자는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후회한 적은 없는데 그 현실이 안타깝다.
내가 노무현 정부 때 기자가 됐고 20년 가까이 일하면서 기자들의 취재 행위가 스스로 위축되고, '이런 보도라면 또 찍히겠구나' 고민하게 되는 상황들이 가슴 아팠다"며 "내가 초창기 때만 하더라도 진보·보수 매체 할 것 없이 기자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한 목소리를 냈던 게 있었다.
근데 지금은 취사·선택해서 정보들이 제공되고 판단해서 보도하다 보니까, 마치 여야가 대치하는 국면처럼 언론도 그렇게 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진보당 "코미디보다 더 황당했던 사건, 단순 소송 취하로 마무리해선 안돼" 이미선 진보당 부대변인도 같은 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날리면' 보도와 소송 관련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 부대변인은 "이 사건의 본질은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을 언론이 보도한 것을 두고 외교부가 나서서 덮으려 했다는 데 있다.
심지어 음성 감정 결과조차 '판독 불가'였음에도 1심 재판부는 MBC에 정정보도를 명령하며 정치적 판결 논란을 낳기도 했다"며 "전 국민을 황당하게 만든, 코미디보다 더 황당했던 이 사건을 단순한 소송 취하로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부대변인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윤석열의 해당 발언부터 대통령실의 해명 과정, 언론에 대한 압박에 이르기까지 사건 전반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관련 책임자에 대한 엄정한 문책도 필요하다"며 "이번 소송 취하에 대한 입장 표명은 단순 절차적 종결이 아니라, 권력에 의한 언론 탄압을 바로잡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진실은 결코 가릴 수 없다.
국민들은 이 모든 과정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MBC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지난 2022년 9월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환담을 나눈 후 회의장을 나오면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했다고 자막을 달아 처음 보도했다.
이어 주요 방송사들도 윤 전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영상을 게시했고 2022년 12월19일 외교부는 "MBC가 한미 동맹을 위태롭게 했다"고 주장하며 MBC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에 나섰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발언에 MBC가 자막을 입힌 보도를 허위라고 봐야 한다며 외교부 손을 들었다.
당시 재판부는 음성감정 결과 '바이든' 부분은 판독 불가라는 감정 결과에도 MBC에 "(윤 대통령은) '바이든은'이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라는 정정보도를 하라고 명령했다.
외교부와 MBC는 오는 22일 항소심 2차 조정기일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