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유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김건희 박사 논문 비판하며 정치 시작
“TBS는 시민참여형 지역 공영방송, 서울시가 끝까지 책임져야 할 미디어 실험”
▲15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의원회관에서 만난 박유진 서울시의원. 그의 의원실에는 스케쥴 메모가 빼곡한 그의 달력을 보고 한 예술가가 이를 그림으로 만들어 준 작품이 걸려있다.
작품 앞에서 박유진 시의원. 사진=정민경 기자. "시장님, 김어준 씨가 연쇄 살인마입니까?" 박유진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은평구 제3선거구)은 지난 6월11일 서울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에 이렇게 물었다.
박 의원이 오 시장에 TBS 폐국 위기의 책임을 묻자 오 시장은 "당시에 지원 폐지 조례까지 안 갈 수도 있었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그 편향된 진행자(김어준)가 나가면서 '나 다시 돌아올 거야'라고 말했다.
이게 불을 질렀던 거 아니냐"고 말했다.
오 시장의 언론관을 고스란히 보여준 해당 질의는 크게 화제가 됐고 유튜브 쇼츠 등을 통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유진 의원은 서울시의회에서 TBS 전문가로 통한다.
미디어오늘은 TBS 정상화를 위해 수년 전부터 서울시의회 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대응하고 있는 박유진 시의원을 15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의원회관에서 만났다.
TBS를 지켜야 하는 이유, '김어준' 때문이 아니다 박 의원은 지난달 시정질의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김어준이 돌아올까봐 방송사 문 닫게된 거 아니냐는 말은요, 오세훈 시장 인생 최악의 워딩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부잣집 자제, 가난한 집 아이들' 워딩처럼요. 당시 질의가 끝날 무렵이라 저는 마무리하느라 급하게 끝내려고 했는데 갑자기 본인이 그 이야기를 했죠. 그 이야기를 듣고 저도 너무 황당하고 화가 나서 '김어준 씨가 무슨 연쇄살인마냐'라는 말이 나왔죠." 그는 "정치는 정치, 방송은 방송 서로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있는 건데 정치가 방송의 영역을 부당하게 흔들고 있다.
이번 방송3법 개정안도 민주당이 다수당이 됐다고 해서 민주당 위주의 방송이 되게끔 만드는 게 아니라 철저히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정치 권력이 방송에 개입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자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이것을 알았으면 좋겠고 TBS 사안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11일 제331회 서울특별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박유진 서울시의원이 오세훈 시장에 TBS와 관련된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T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박 의원은 TBS 문제를 '김어준 찬성', '김어준 반대'라는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좌절스럽다고 했다.
"제가 TBS 얘기할 때 가장 좌절스러운 건, 아무리 설명을 해도 '너는 김어준을 좋아하니까 그렇지'로 끝나버린다는 거예요. 제가 김어준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방송은 방송으로서의 고유한 권한이 있고 정치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게 방송이 가능하게 우리 사회가 보장해 줘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시정질의 때 전광훈 목사의 예를 들었어요. 전광훈 목사 같은 사람이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쳐요. 그가 진행을 하면 그 진행을 국민 주권자들이 판단을 하죠. 그 진행이 문제면 주권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여론이 형성되고 조정이 되는 것이 맞는 거죠. 그런데 정치가 개입해서 그를 끌어 내리고 방송사를 문 닫게 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 박 의원은 "(2022년 6월 이후)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TBS를 출연기관에서 해제하고 조례를 폐지한 건, 명백한 월권"이라며 "서울시의원이 111명인데 너무나 적은 수로, 게다가 민주당 의원들은 아무도 찬성하지 않았는데 한 줌의 정치 권력이 언론을 박살 내 버린 것"이라 말했다.
현재 서울시의회 재적의원 111명 중 75명이 국민의힘, 36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박 의원은 TBS의 존재 의미를 '시민참여형 지역 공영방송'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시민참여형 지역 공영방송'이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는 곳이 TBS 외에 또 있을까요. 공영방송, 교육방송은 있지만 '시민참여형 지역 공영방송'은 없었죠. TBS는 미디어재단으로 독립되어 운영하면서 시민 참여를 제도화하려고 실험해 온 매우 유의미한 미디어 모델입니다.
서울시는 이 실험을 아름답게 완성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어요." 22년 차 회사원, 정치하게 된 이유는 '김건희' 박유진 서울시의원은 22년간 회사원으로 일했다.
첫 직장은 제일기획이었고 그곳에서 삼정전자 광고기획자로 5년 간 일했다.
이후 '위메프'라는 브랜드명을 직접 짓고 마케팅·홍보 실장을 역임했다.
그런데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건희 여사의 국민대 박사논문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국민대 총학생회장을 했던 박 의원은 졸업생들과 함께 '재조사'를 요구하며 자신들의 졸업장을 반납하는 퍼포먼스에 나섰다.
"김건희 박사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제가 졸업한 국민대학교의 논문 검증 과정이 엉망이었죠. 국민대 박사 논문 검증 회피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제가 졸업생으로, 총학생회장 출신이었기에 역할을 맡게 됐어요. 국민대 역대 총학생회장 모아서 졸업장 반납을 주도했었죠. 그때 MBC 뉴스에 제 발언이 나가면서 주목받게 됐어요." ▲2021년 10월1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2021년 10월1일 MBC 뉴스데스크 <졸업장 반납한 국민대 동문들 "김건희 논문 조사하라"> 리포트에서 박유진 의원은 "정치의 영역이 아니다.
양심과 지성에 대한 문제다.
이번 일을 계기로 투명하고 정교한 논문 검증 시스템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숙명여대는 김건희 여사 석사 학위 논문을 취소했고 국민대에서도 박사학위 논문 취소 절차를 밟고 있다.
"당시 위메프 소속이었으니 난리가 났죠. 회사에 부담을 줄 수 없으니 사표를 냈어요. 이후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하고 분위기가 좋지 않았어요. 서울시의회 선거도 국민의힘이 힘을 가질 것이라 예상되어서 나설 사람들도 많지 않았던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다시 학생 운동을 했던 마음을 가지고 투사가 되겠다는 마음을 다잡고 서울시의원에 도전했습니다.
" 그는 서울시에서 근무하는 7000여 소방관의 '21주기 근무'라고 불리는 근무체계를 '3조1교대'로 바꾸는데 앞장섰다.
'21주기 근무'란 일주일은 낮에 일하고 2주는 밤샘 근무를 하는 근무 체계다.
박 의원이 3조 1교대 근무가 확산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했고 이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서 받아들여 변화가 일어났다.
그후 전국 공무원노동조합 서울소방지부로부터 감사표를 받고, 소방 노조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자신의 의원실에 놓여있는 각종 감사패를 소개하는 박유진 시의원. 그는 무엇보다 노동조합으로부터 받은 감사패를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고 밝혔다.
사진=정민경 기자. 그는 말만 잘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을 만들어 나가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TBS 문제도 아직은 구체적인 실천은 만들지 못해서 늘 죄송하죠. 그래도 한가지 전달 드리면, 저는 시의원이 되자마자 남산 혼잡 통행료 징수 조례 폐지를 주장했고 이를 이뤄냈습니다.
남산터널 혼잡 통행료가 무려 27년이 됐어요. 1년에 150억 정도였습니다.
조순 서울시장 시절 3년 한시적 조례로 만들었던 건데, 계속 이어져왔습니다.
남산 혼잡 통행료 폐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현재 시내로 들어오는 방향은 2000원을 내야 하지만 서울 시내에서 밖으로 나가는 쪽은 없어졌습니다.
이 사례처럼, TBS 정상화도 말만 하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을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그가 서울시의원이 되자마자 TBS 사태가 터졌고 이 문제에 대해 최전선으로 싸우게 됐다.
그는 앞으로 방송3법 개정 이후에는 TBS 정상화 문제가 떠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 전했다.
"TBS 정상화 문제 역시 이재명 정부의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35년이 된 방송, 시민 참여형 지역 공영방송을 이렇게 문 닫게 할 수는 없죠. 실뿌리같이 미약하게 시작한 시민참여형 공영방송이라는 나무를 큰 나무로 키우기 위해 시간과 돈을 써야죠. 실제로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서도 TBS를 현장 방문하는 등 대통령실의 의지는 있다고 생각해요."
김건희 때문에 시의원 된 22년차 회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