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운 논설위원
미국 프로야구 경기장이나 팝스타 공연장 전광판에 ‘키스캠’이라는 자막이 뜨면 카메라가 어떤 커플에게 키스를 강요할지 관중들은 긴장하고 지켜본다.
키스하지 않는다고 퇴장당하는 건 아니지만 대개의 연인들은 전광판에 자신들의 모습이 클로즈업되면 입맞춤을 피하지 않는다.
키스캠(키스+카메라) 문화는 1980년대초 프로야구 경기장에 대형 전광판이 등장하면서 생겼다.
주로 4회나 5회 말 공수교대 시간에 키스캠이 돌아간다.
키스캠 인기는 프로농구 경기장과 팝스타 공연장 등으로 확산됐다.
요즘은 우리나라 프로야구 경기장에서도 흔히 볼수 있다.
장내 아나운서들은 ‘키스 타임’이라는 이름으로 경품까지 내걸고 팬들의 키스 배틀을 유도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 7월 부인 미셸 여사와 프로농구 경기장을 찾았다가 키스캠의 표적이 됐다.
처음엔 미셸 여사가 키스를 거부하자 야유가 쏟아졌다.
후반전 휴식시간에 다시 한번 키스캠이 두 사람을 비추자 그제서야 대통령 부부는 다정하게 키스했고, 관중석에서는 “4년 더”라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키스캠이 끝내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두 손으로 가위 표시를 하며 키스를 거부하거나 쑥스런 표정으로 엄지만 내미는 팬들도 있다.
‘내 여동생입니다’라고 쓴 종이를 꺼내 보이며 위기를 모면하는 남성도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밴드 그룹 콜드플레이 콘서트장에서는 한 불륜 커플이 키스캠에 적발됐다.
두 사람은 황급히 백허그 자세를 풀고 카메라를 피했으나 이 영상이 SNS로 퍼지자 금방 관계가 탄로났다.
아스트로노머라는 IT 기업의 대표이사 앤디 바이런과 이 회사의 인사총괄책임자 크리스틴 캐벗이었다.
배우자가 따로 있는 기혼자들이었다.
충격을 받은 바이런의 부인은 SNS 계정에서 남편의 성을 지웠다.
바이런은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고, 캐벗은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키스캠이 두렵다면 공연장이나 경기장은 피하는 게 좋겠다.
[한마당] 키스캠